
오늘은 산 넘어 이웃 마을로 돼지가 장가 드는 날.
새벽부터 내리던 눈은 점심때가 다 되어도 그칠 줄 몰랐다.
뒤에서 밀어주는 여동생이 힘들까 봐 잔뜩 힘을 주어 손수레를 끌어보지만 눈보라 속을 헤쳐가는 걸음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저 고개만 넘으면 신부 돼지집 아주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리라.
자기 짝을 만나 편하게 쉴 돼지의 모습과
따뜻한 방에서 김 나는 흰 쌀밥 먹을 어린 동생의 환한 얼굴을 떠올리며 오빠는 다시 한 번 온몸에 힘을 주었다.
-<돼지가 장가 드는 날>-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냈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묵화-
집으로 오는 길이 아침보다는 덜 춥게 느껴졌습니다
조금은 저녁 해도 길어진 거 같고...
다들 알고 느끼면서 살고 있는 하루하루..
요 며칠 <마음머물다>를 들으면서
더 많이 공감이 되더라구요.
올린 사진은 오래 전에 갖고 있었던 건데 그냥 이유없이 마음에 끌려서 계속 간직하고 있는 건데 오랜만에 다시 한 번 꺼내 봤습니다.
어느 회사 사보에 실린 사진같은데
글의 출처를 모르겠네요.
김종삼의 <묵화>...
짧은 몇 줄의 글에서 그림 한 편이 그려지면서...
작년에 텅 빈 영화관에서 딸과 함께 본 <워낭소리>가 생각나네요.
서로가 서로를 말 없이도
위로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무엇이든 의미가 있다 여겨보며
오늘 하루도 잘 보냈습니다.
*이문세-기억이란 사랑보다
*김광진-너를 위로할수가 없어
*이은미-애인 있어요
*박기영-그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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