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첫 사연을 남기고 일 년 뒤 이제 두 번째 사연을 남기네요.
그저께 꿈음을 듣다가 월요일 밤에 사연을 보내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다만 어떤 기분으로 어떤 이야기를 남길지는 알 수 없었죠.
뿌듯한 기분으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할지 우울한 마음으로 사연을 보낼지.
사실 오늘은 경연대회가 있었어요. 서류를 통과한 36개 팀이 프리젠테이션으로 본선 대결을 펼치는 날이었죠.
작년 가을 우연히 친구 두 명과 함께 도전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심지어 우리 자신들의 예상조차 깨고 예선을 통과했어요.
의외의 결과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바쁜 시간을 쪼개 본선을 준비했어요.
그 와중에 동료들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준비가 잘 안 돼서 막막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대회를 이틀 앞둔 지난 주말,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어요.
'아, 이제 운만 좀 따라주면 좋은 결과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준비가 부족해서 그랬을까요?
오늘 본선에서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운이 따라주기는커녕 그나마 준비한 것마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답니다.
발표를 하는데, PPT가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심사위원들의 양해를 구하고 다시 시도했는데 역시 중간에 말을 듣지 않았어요.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안 좋아 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같은 멤버들도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 했죠.
당황하니까 정리가 안 되고 시간에도 쫓기게 됐어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는 아는 것도 답을 못했죠.
마지막 멘트까지 실수를 하고 나니'더 이상 나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학교 친구들이 몇 명 와 있었습니다.
창피하다고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보러 왔더라구요.
우리가 신경 쓸까봐 일부러,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고마워하는 게 당연한데, 창피한 마음에 계속 왜 왔냐는 말만 하고 말았어요.
당연히 결과는 탈락. 한 친구는 발표도 나기 전에 먼저 가버렸고 다른 한 친구와 탈락한 걸 확인하고 돌아왔어요.
오는 길에 둘이서 오늘 일이 너무 어이 없어서 웃다가, 자기 실수가 떠올라 창피해 하면서 그렇게 학교로 돌아왔답니다.
그 친구와도 헤어지고 혼자서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그제서야 오늘의 추위가 양복 속으로 파고 들었어요.
오늘은 참 긴 하루였어요.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발표내용을 외우고, 예상 답변을 준비하던 아까의 상황과 이렇게 꿈음을 들으며 사연을 남기는 지금이 정말 같은 하루라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아는 것도 답하지 못한 거,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게 너무 속상합니다.
어차피 떨어질 거라면 자신있게 말이라도 할 걸...
그런데 저 이제 내일부터 학교 어떻게 가나요.
구경와서 본 친구들도 있어서 창피해요ㅠㅠ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밤 풍경이 참 시리네요.
신청곡 : 여행스케치 - 별이진다네 / 강산에 -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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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감
최종환
2011.01.17
조회 3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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