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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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몇 가지 바꾸고 나서 즐거워진 출근길
홍한별
2011.02.17
조회 51


저는 시애틀의 우체부입니다.

새벽에 집을 나서는 시간이 조금 일러졌습니다. 두 가지, 혹은 이에 한두가지 더 있을 수 있는 어떤 이유 때문인데, 우선은 요즘 들은 새로운 습관 때문인 듯 합니다. 저녁을 덜 먹거나 안 먹는 습관이 길러지고 있는데, 일단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에 일 하고 운동하고도 집에 와서 푸지게 한상 차리는 습관이 없어지니 일단은 아침에 더 맑게 일어나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맑게' 일어난다는 것은 또 다른 일인 듯 합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참 이상한건데, '운전할 때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음으로서' 얻은 부수적 효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우리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집에 와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들여다보려면,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뭔가 여유로움 같은 것을 즐기고 싶기도 하고... 정신이 이만큼 맑지 않았을 때는 운전하면서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조금 여유를 되찾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식으로 여유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 셈입니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평일엔 한 시간 가까이 걸릴 때가 많고, 토요일엔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니 마음이 더 여유로워지고, 초조해지는 일도 많이 줄었습니다. 사실 차에서 담배를 피우는 버릇을 없애게 된 건 참 우습게 시작되었는데, 어느날 담배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20분 정도는 차 안에서 짜증이 나고 힘들더니, 일단 담배 없이도 운전할 때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서 차 안에 걸어두었던 브람스 음악에 집중을 해 보니, 오히려 평소에 잘 못 듣고 지나가던 부분들, 그냥 흘러가던 음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려면 차 창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잡음들이 들어오게 되고,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던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거죠.

그리고 나서 차 안에 가지고 있던 음악들을 다 고전음악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그동안 놓쳤던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는데, 그리고 나면서부터 출근 시간이 더 빨라졌습니다. 음악감상을 취미로 가진 것은 꽤 되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들어보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아무튼, 몇 가지의 습관들이 이렇게 바뀌면서, 예전에 자칫하면 짜증거리일 수 있었던 출퇴근시간이 꽤 즐거워졌습니다. 차가 밀리면 전엔 짜증부터 났는데, 요즘은 음악이 더 잘 들리니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굳이 피우고 싶다면 차 타기 전에 피우던가, 귀찮으면 안 피우던가 해 보니 담배 소비량이 무척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끊는 것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참 자연스럽게 흡연량도 줄이고 생활 습관도 바꾸면서 몸도 좋아졌는데(정말 몸이 참 가벼워졌습니다. 지난 세 주동안 10파운드 이상을 뺐는데, 처음엔 저도 몰랐는데 남들이 보고서 '살 빠졌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을 때는 기분이 참 좋더군요) 아마 언젠가 제가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을 수 있을 때도 올 수 있겠지요. 그냥 자연스럽게 놓아둬 보고 싶습니다. 세상이 험해서 담배 피워야만 마음 가라앉힐 일들도 늘 생기니.



뭐, 어쨌든 출근길이 즐거워진 것은 참 큰 기쁨인 듯 합니다. 사실 제가 어물쩡거리다가 늦는 거고, 그 어물쩡거림은 대개 몸의 무거움에서 오는 거니까요. 새벽의 별들이 더 크게 보이고, 마시는 공기가 달라진 듯 하고, 무엇보다 제 삶의 질이 달라진 것 같아서 요즘은 출근길이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아, 오늘 시험 있는 날입니다. 아무튼 나름대로 즐거운 일들, 하고싶은 일들 하고 사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들을 우리 모두가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해 봅니다.

신청곡 하나 해도 되겠죠? 김보경님의 하루하루 신청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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