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20살 대학 입학 이후로 집을 떠나온 터라 사실 지난 10년 동안 엄마와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말하는게 좀 더 맞는 말일거예요.
그런데 지난 여름 좀 특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서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제 나이가 올해로 서른이니, 엄마는 벌써 쉰여섯이 되셨네요.
한 번도 엄마를 "여자"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작년 여름, 한 사건을 통해서 엄마도 가슴 시려하고, 예쁜거 좋아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지는 "여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딸이 아닌 여자와 여자로 대화하게 된 지난 여름
엄마와 함께 짧지만 인상깊은 여행을 다녀왔고, 엄마가 아빠와 30년을 사시면서, 여자로서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나누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졸이셨던 엄마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40대에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거쳐 대학까지 마치셨고, 그 이후에 늘 당당하게 근 10년간 직장생활을 해오셨습니다. 엄마의 당당하고 강한 모습만 보아왔던 터라 어느순간 약해진, 아니 어쩌면 늘 외롭고 연약했던 엄마의 모습을 알게되어서 지난 여름 엄마와의 여행은 제게 참 낯설고도 특별했습니다.
여행 내내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평생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들려주셨어요. 엄마와 아빠도 사실 특별하지 않은 남자와 여자로서의 삶을 사셨지만, 누구나 하는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인것 같고, 여전히 인생에는 정답도 노하우도 없는것 같다는 엄마의 얘기가 제 마음에도 깊이 새겨졌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사는게, 어른이 된다는 게 정말 쉽지 않구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유난히 많이 하게되는 요즘. 지난 여름 엄마와의 여행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오늘 3월 10일은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특별한 인생을 살아오신 저희 엄마와 아빠의 33번째 결혼기념일 입니다.
오늘 아침 부모님께 제가 드린 문자 내용은
"두분 30년 넘게 같이 사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이 만한 딸 두셨으니 수고한 보람 있으시죠? 사랑해요 두분." 이였습니다. ^^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산다는 것.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이것만큼 특별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33번째 결혼기념일 축하드리고, 다음주 화요일 엄마의 56번째 생신도 축하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 사진은 저희 부모님 사진 인데요, 두분의 일상이 사진 처럼 늘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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