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는 모처럼 혼자 잠자리에 누워 라디오를 들었습니다. 결혼전에는
밤이면 라디오를 켜놓고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음악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나니 바빠진 삶 때문인지 이전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잠들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93.9로 고정되어 있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눈을 감은 채 밤 공기속으로
퍼져나가는 감미로운 음악과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새 제 영혼은
기억의 시간을 거슬러 오래 전 어느 밤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 앞 정류소에 내리면, 유난히 겁이 많았던 막내딸이 걱정되어 나오신
아빠의 웃음 띤 얼굴이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메아리치듯 울려대던 시골길을 아빠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처럼 아름다울 미래를 꿈꾸며 행복해 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상에 젖어 라디오를 틀어놓고 책상앞에 앉아 일기를 끄적이고
짝사랑하던 이에게 부치지 못할 마음의 편지를 쓰던 꿈많던 학창시절의
포근했던 밤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홀로 타지 생활을 시작했던 20대의 어느 밤에 도착했습니다. 이별의 아픔만을 남겨놓고 떠나간 풋내기 사랑 때문에 울고, 따뜻했던 엄마의 품이 그리워 울던 그 밤은 참으로 길고도 외로웠습니다. 그 땐 나만의 슬픔과 고독 속에 갇혀 자식이 모두 날아가버린 텅빈 둥지를 지키고 계실 부모님의 허전함이나 쓸쓸함을 바라볼수 없었습니다. 그 밤, 험한 세상으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기도와 눈물이 십여년이 지난 어젯밤 뒤늦게 제 마음에 전해져와 참으로 오랜만에 베갯잇을 적시도록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듣고만 있어도 가슴 먹먹해지는 선율과 가사가 그 그리움들 위에 켜켜히 내려앉은 듯 합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잊고 지내왔던 추억으로 떠나게 해 준 '꿈과 음악
사이에' 감사드리며, 오늘 밤에는 또 어떤 밤의 추억속으로 안내해 줄 지
조용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인천에서-
* 신청곡 : 여행스케치 - 별이 진다네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그리움으로 떠나는 시간
최영화
2011.03.08
조회 57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