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렸습니다.
꽃샘추위가 지나가면 꼼지락 꼼지락 새싹들의 연두빛 기지개를
소녀처럼 보려 했고
바람결에 실려오는 꽃나무들의 향기에 마음을 살짝 들켜버려 했고
분위기가 확 바뀐 거리풍경에 홀려서 자유롭게 떠날수는 없어도
여행을 꿈꾸며 배낭을 챙기는 기분좋은 봄의 상상도 했습니다.
리비아 이집트의 소식에는 먼 나라의 아픔이고 한번은 일어나야할 일이라
여기며 봄을 기다리면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소식에는 정말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과학적 종교적인 것을 떠나 자연재해 뒤에 남겨진 아픈 상처는
지구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상처이자 우리 모두의 극복이라 여기며
이제는 세계는 넓은 게 아니라 한덩어리이고 세계화가 아니라 지구화가
되어서 자연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야 할 때 같습니다.
잠시 tv를 끄고 삼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녀석을 데리고
바람부는 거리를 거닐다 땅에서 냉이를 캐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지천으로 냉이가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 냉이가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아주머니는 냉이를 찾고 계셔서 우리 역시
그 분 곁에 쪼그리고 앉아 냉이찾기를 함께 했습니다.
찾은 냉이를 그 분 바구니에 넣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자연이 있기에 가능했겠죠.
방사능이 뭔지를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말해주고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물려줄 것은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말로 내아픔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하지 않으렵니다.
사람이기에 시련과 두려움을 겪는다면 또 사람이기에 용서와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해피엔딩이 일어날거 같지 않으면 해피엔딩이 일어날수 있도록 서로 손 내밀어 껴안을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면서
또 봄은 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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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렸습니다.
이향미
2011.03.15
조회 33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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