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대기를 하며 기다리다가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3년동안 참 열심히 다녔던 중학교 근처였다.
갑자기 학교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고,
차를 돌려 학교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참 묘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몇분 전까지는 현실의 나만 있었는데,
갑자기 추억의 소용돌이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온통 내 주위엔 정겨운 것들로 가득 채워져 가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어린시절, 재잘거리며 오고갔던 그길 그 모퉁이, 그 능선을 이젠 걸출한 성인이 되어 한발 한발 떼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인지 먹먹함인지 모를 기운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올라 오는데 왜 살짝 떨렸던걸까...
운동삼아 걷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조용하기 이를데 없는 교정의 허름한 벤치에 앉아있다보니 새록새록 그간 잊었던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 추억들과 함께 갑자기 거대한 파도처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와 눈을 감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야만 했었다...
그 좋은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도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살기 바빠 그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릴 새도 없이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겠지...
현재까지 연락하고 있는 친구는 겨우 손가락으로 셀 정도인 것을 보니,
왠지 내 자신이 인생을 제대로 살아오지 않은 것만 같아 자책감도 크게 다가왔다.
살아가는 시간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둘 잊어가고,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인연으로 한사람 한사람 더 보태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모교의 교정...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팔벌려 반가이 맞아주며 소리없는 값진 가르침을 주는 곳...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을 때쯤엔 스스로에게 더욱 떳떳한 사람이 되어 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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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의 교정...
김혜진
2011.06.02
조회 4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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