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오래 만났던 친구가 있어요.
사귀다 보면, 좋은 음악이나 책이나 공연이나 영화나 그런 걸 만나면 그 사람에게 꼭 말해 주고 싶잖아요. 같이 느끼고 싶은 거죠, 그런 좋은 기분을...
저희는 뭔가 좋은 노래를 듣거나, 좋은 영화를 보거나 하면 주로 제가 그 친구에게 들어보라고 하거나 보라고 하거나 추천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절 먼저 좋아했기 때문인지, 주로 그 친구가 저에게 맞춰주고 제가 좋아하는 좋아해주고 알고 싶어하고 많이 그랬거든요.
그러다 그 친구가 어느날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인데, 너무 좋아서 들려주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어요. 저는 건성으로 찾아보겠다고만 하고, 사실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제목도 잊어 버리고 가수도 잊어 버려서, 결국 찾아보지 않았죠.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느날 제가 너 이거 들어 봤니, 얼마 전에 들었는데 이 노래 진짜 좋더라, 했더니 그 친구가 절 물끄러미 보더니 그거 내가 예전에 추천한 거잖아, 너 그때 안 찾아 봤구나,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좀 더 예전에 나왔던 노래인데, 영화에 삽입되면서 좀 더 유명해지는 바람에 제가 알게 된 거였어요.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그 일이 어쩐지 잊히지가 않았어요. 지금도 가끔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친구의 섭섭한 듯한 짓던 미소가 기억이 나거든요.
제가 많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에 무심한 여자라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얘기하고 강요하고 그랬어요. 나중에서야 그 친구가 항상 양보하고 많이 아껴주고 그랬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서로 헤어지고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말이죠.
이제는 저도, 그 친구도 서로 더 좋은 사람 만나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비록 연락은 안 하고 살지만, 아는 사람 건너 건너 가끔 어떻게 살아 가는지는 전해 듣고 있어요.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과 무척이나 행복한 순간에도, 가끔 길가에서, 차 안에서, 카페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 친구가 생각이 나요.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아릿한 추억 하나쯤 가지는 건 그래도 가끔은 괜찮지 않나 싶어요.
우습게도 헤어지고 나서 그 친구가 옆에 없을 때에 들으니, 서로 사랑하고 서로밖에 없다고 믿었던 그 어린 시절보다 더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던 그 노래,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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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했던 저에게 마음깊이 남았던 노래가 있어요
최고운
2011.06.09
조회 6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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