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이 몇 달에 한번씩은 나들이차 들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전남에 있는 아주 오래된 고택입니다.
처음 그 고택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은, 시공을 초월해서 갑자기 공간이동이 된 듯한 묘한 느낌으로 인해 살짝 설레이기까지 했었지요.
한지가 정성스레 발라진 문지방이며, 높은 천장에 든든히 들어찬 굵직굵직한 통나무들, 창고 겸 곡간...
금방이라도 구수한 밥이 따끈따끈하게 지어질 것 같은 무쇠 가마솥, 아궁이, 장작더미들...
예전엔 우리 선조들이 저렇게들 살았겠다 싶으니 그 당시의 일상들이 한토막 한토막 상상이 되면서 제 머릿속을 마구마구 헤집고 다니더군요.
게다가 그 고택 여주인장의 입담이 얼마나 좋은지 늘 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습니다.
안주인들이 기거했던 안채의 문빗장 구조를 볼 때, 그 옛날이라도 여자들 나름의 파워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 잘 사는 집의 흙벽엔 지푸라기 대신 소털을 깎아 넣어서 지금도 그게 육안으로 보인다는 말씀 등은 늘 제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직접 만들어 말리신 온갖 꽃차를 음미해 볼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귀한 특권이 아닐 수 없지요.
꽃빛깔만큼 고운 향기가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 온 몸에 퍼지는 느낌이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박하꽃에선 박하향이, 매화꽃에선 매실의 시큼한 향이, 국화꽃에선 그윽한 국화내음이 배어나와 마시는 내내 무슨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답니다.
어디선가 실려오는 가야금과 단소소리를 들으며, 저자거리와 동네 어귀 돌담길을 거닐 땐 모터 달린 것 같던 제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는 걸 느끼곤 합니다. 늘 ‘서둘러, 급히, 빨리’ 등등의 느낌이 역력했던 발걸음에 약간 정처없는 한적한 느낌이 들어찰 때의 기분은 내면이 쭈욱~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곳에 오면 무엇보다 제 내면 깊숙이 들어찬 소리에 귀 기울여 보게 됩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기에 더욱 이 곳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서 전, 바라만 보아도 꿈꾸듯 대화가 들리고, 바람소리가 느껴지고, 온기가 느껴지는 그곳을 참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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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보아도 꿈꾸듯 대화가 들리고...
위정숙
2011.06.10
조회 4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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