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저와 청춘을 같이 했던 라디오가 드디어 고장났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3년 여름, 어머니께서 당시 큰돈이었던 12만원을 들여서 사주신 거에요. 한창 사춘기던 시절, 음악을 듣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었죠.
사실 CD가 되는 것을 사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비싸 엄두를 못냈어요. 그래서 처음엔 이 라디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얼마 안가 정이 들었습니다.
저, 이 라디오 버리지 않을려고요. 고이 모셔뒀다 나중에 혹시라도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보여줄려고요. 아빠가 너만했을때 할머니가 사주신거란다 하면서...
이 라디오와 함께 어리지만 꿈이 있었던 십대를 보냈고 가장 아름다웠던 스무살도 보냈습니다. 그리고 힘들던 군생활에도 휴가를 나오면 어김없이 라디오와 함께 했구요. 한창 눈부셨던 이십대에도 그리고 이십대의 마지막날 밤에도... 그리고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제 머리맡에서 함께 했습니다.
사연을 보내고 꼭 나오기를 기다리던 많은 날들이 생각나네요. 앞으로 또 다른 녀석과 남은 생을 같이 해야죠. 그래도 이 라디오만큼 정이 들진 않을 것 같아요^^
이 라디오로 사연 보내고 신청곡 보낸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녀석과 처음 만났던 1993년 여름에 나왔던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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