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맑았습니다.
벗꽃처럼 흩날리다가 백합처럼 모였다가 바람따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는 구름을 보니 마음마저 꽃향기가 나더군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제멋대로 솟아난 빌딩과 아파트때문에
조각난 하늘을 감상해야 했다는 겁니다.
그러다 문뜩 작년에 은호라는 절친한 친구와 함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인 우루무치와 카슈카르 지역을 여행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곳은 항상 오늘처럼 맑고 화창한 하늘, 상쾌한 바람, 정처없이
흐르는 구름을 볼 수 있었는데요.
광할한 대지와 푸른 하늘이 맞닿아있는 끝없는 지평선이
정말 아름다웠던 곳이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동했는지 작년에 여행했던 사진들을 꺼내보았습니다.
바다같은 하늘, 파도같은 구름, 호수같은 아이들, 아이같은 어른들...
저와 은호는 완전히 그곳에 심취하여
서로 준비한 카메라를 가지고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죠.
물론 저희들도 수없이 찍었고요.
그리곤 밤에 숙소로 돌아와 각자 찍은 카메라의 사진을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찍은 사진은 아름다운 경치 속 은호의 모습이
잘 찍혀있는데 반해
은호가 찍은 사진엔 가운데 큼지막하게 찍혀있는 저 때문에
뒤에 있는 경치는 가려지거나 잘려있더군요.
순간 좋은 경치를 담지 못한 아쉬움에 은호에게 핀잔을 줬습니다.
"야! 사진이 이게 뭐야!! 뒤에 배경은 다 짤렸잖아...
내가 찍은 거 봐!! 얼마나 멋지냐? 산이며 호수며..."
은호는 변명하지 않고 그냥 웃더군요.
그런데 오늘 그 사진들을 다시 보니 놀라고 말았습니다.
가만 보니 은호가 찍은 사진 속엔 웃고있는 제가 보였고
제가 찍은 사진 속엔 은호는 온대간다 없고 경치만 찍혀있더군요.
결국 은호는 아무리 멋진 배경이 뒤에 있더라도 우리의 추억,
우정을 담은 반면에
저는 산과 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은호를 배경으로 삼은거죠.
말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었죠.
왜 그때 은호가 말없이 웃었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배경이 좋고 아름다워도 중요한건 우리였던거죠.
은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은호는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터라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도 연락하기가 쉽지 않네요.
윤희누나께서 제 대신 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더운데 공부 열심히하라고도요...
신청곡은 귀를 기울이면 ost 주제곡 컨트리로드 혹은
존덴버의 컴트리로드 신청합니다...
* 정제되지 않은 글이라 좀 범박하네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카슈카르에서 꼬마들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키큰 녀석이 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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