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에 아버지께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마셨다고 말하셨는데
아버지의 술 취한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택시를 하시면서부터
술을 입에 안 대기 시작하셨던 거 같네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술을 마셔도
옛날처럼 많이 돌변하시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소망이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 소망이 이루어졌던 거 같네요.
그러고보면 알게 모르게 이루어진 소망들이
참 많은 거 같기도 해요.
어쨌든~
그 날, 아버지가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시다가
저를 부르셨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버지께서 본인이 돌아가시면
어미니와 누나에게 제가 아버지의 역할을 해야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돌아가시면
제가 누나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하고
누나 또한 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할 거라는
그런 얘기들과
제가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면
아버지의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러 얘기를 하셨습니다.
듣고 있자니 문득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더군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죽음을 생각을 하시는 시간이.. 벌써 왔구나.
어느새 그만큼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시간은 이후에도 빨리 흐르겠죠?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언제쯤.. 아버지와 어머니께
그만 일하시라고 말하는 제가 될 수 있을까.
이젠 더 이상 일하지 말고
여기저기 놀러다니면서 재밌게 지내시라고..
요즘들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주름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약해진 모습들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무언가..
저는 아직도 철없는 꼬마들처럼 지내고 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간은 저보다 더 빨리 흐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는 왜 이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자란 걸까.
하는 불만과 한숨이 나옵니다.
저의 능력, 환경들은 더디게 성장하는데
생각들은 이들보다 조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거 같네요.
그 격차가 커질수록.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남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은 것처럼,
남들 앞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것처럼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의 성공 앞에서
친구들의 자녀 자랑 앞에서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큰 소리칠 수 있으셨으면 좋겠고
그 바탕에 제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냥..
요즘들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네요.
인순이의 아버지,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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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진명
2011.07.26
조회 4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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