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이 하루 지난 오늘, 간간히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네요
더우시죠, 라는 인삿말 대신에 괜찮죠, 이 여름이..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토요일날, 언니네랑 잠깐 서울 나들이를 했어요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찾아가는 기분은 아마 연어의 회귀본능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유년의 추억이 가득한 집도 늙어 가네요
견고하고 튼튼하게 보인 건물 벽은 세월의 무게따라
조금씩 한 줄의 선들이 그어져 있고
창문들은 삐거덕 소리를 내고
보이는 것마다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물건들은 아는 척을 하고 지난 날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울고 웃었던 날들이 훈풍처럼 불어와 내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는 곳.
골목길이 유난히 많은 동네인지라 한때는 동네를 빨리 벗어나 보는 게
소원이었던 그 골목길을 바라보며 이제는 어린 날에 그랬던 거처럼
원없이 골목길 탐험도 해보고 싶습니다
넓게만 보였던 공터가 한없이 좁게만 보이고 집들과 골목길은
주인을 잃고 빛을 잃어가지만 그래도 이곳은 제가 앞으로도 계속
짝사랑하며 그리워할 나만의 장소 입니다
저녁에는 차를 놔두고 어른 다섯 아이들 다섯명이 버스를 타고
근처 한강에 가서 강바람을 쐬고 왔는데 지금도 그 날 저녁 풍경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작년의 한강만 생각하고 갔다가 변해있는 한강의 모습에 설렘과 호기심이
어찌나 생기던지 많이 보고 많이 걸었습니다
아이들은 물을 보자마자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바로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미처 준비해간 옷들이 없어 집으로 갈 때에는 대중교통을
차마 이용할 수가 없어서 그 식구들이 다 걸었으니
참 대단하지 않나요~
어른이나 애들이나 다리가 튼튼한건지
아님 걷는 게 마냥 좋아서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날이 소중하게 기억에 오래 오래 남으리라는 사실이죠
올 여름. 그렇게 그렇게 소중하게 보내다보면
또 금방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겠죠..
에피톤프로젝트-이화동
박선주-잘가요 로맨스/나
박정현-나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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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일지
이향미
2011.07.25
조회 3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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