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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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음 때문에 빵! 터졌던 월요일...
조정원
2011.08.24
조회 57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4년이 되었고 서울에 살아요. 아이는 시골에서 어머님 아버님과 지내고요. 우리 아이는 여름휴가로 서울 나들이를 했어요. 서울 아이가 서울 나들이라니... 남들은 다 자연 속으로 떠나는데, 우리 아이는 서울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없이, 엄마 아빠하고만 함께 있었어요. 딱 우리 셋이서 그냥 일상을 보냈지요. 다른 사람들은 그게 뭐냐고 그랬겠지만, 우리는 그 며칠이 정말 행복했어요. 아침에 같이 눈 뜨고, 된장찌개에 두부에 아이 좋아하는 버섯 볶아 서둘러 밥 먹고, 서울 어디서 하는 전시회 같은 거 보러 다니고, 근처 사는 남편 친구네와 같이 저녁 먹고 그집 아이 우리집 아이 같이 뛰어 노는 거 보며.. 그렇게 복작거리면서 웃었던 일상이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어요.
우리 부부는 왕초보 엄마 아빠라 그 며칠을 보내는데도 땀을 쭉 뺐어요. 남편은 더했고요. 다시 시골로 가서 아이를 두고 올라오는 길, 우리는 둘 다 말이 없었어요. 서해안고속도로 어디쯤 되었을 때 꿈음이 시작했는데, 저는 그 말없음을 따뜻한 글로 남편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회원가입을 했어요. 3년 넘는 애청자인데도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무얼 하려고 시도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꿈음 홈페이지와 만났는데... 푸하하!!! 작가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민봄내라니... 저는 꿈음 작가 분께도 관심이 많아요. ‘마음 머물다’ 글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작가 분 성함을 민복례라고 알고 있었어요. 순간 빵 터지는 웃음! 제가 막 웃었더니 차안에 고여 있던 침묵이 깨지고 남편이 평소처럼 저를 바라보았지요. ‘이 여자, 또 무슨 일이야?’ 하는 익숙한 남편의 미소. 제가 작가 분 이름을 말했더니.. 예쁜 이름이 참 이상하게도 들리네 하면서 자기는 민봉래인 줄 알았대요. 여태... 우리 남편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 듣는 애청자거든요. 하하하. 둘이서 그렇게 웃다가 낑낑 회원가입을 끝냈는데, 이게 웬일이에요. 스마트폰이 디리리링 음과 함께 꺼져 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저는 2차 시도! 제 핸드폰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썼어요. 며칠 동안이나 함께하다가 아이 두고 오는 허전한 마음 달래주려고요. 서울에서 산다는 것, 아이와 헤어질 때마다 일하는 엄마 아빠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그 마음을 저는 너무나도 잘 아니까요. 그래서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우리끼리 오붓하게 지내지 뭐, 사실 힘들었잖아, 아자, 사랑해... 기~일게 써놓고 기다렸어요. 윤희 언니가 #어디어디로 보내라고 번호를 알려줄 때까지요.
우리 차가 주차장에 도착했고, 저는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며 차 안에서 더 들을까 집으로 들어가서 들을까 고민하는 사이, 남편이 시동을 툭 껐어요. 그때 들었죠. 언니 목소리의 ‘#!’ 번호는 못 듣고 #만 들었어요. 제가 남편에게 나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툴툴거렸더니 ‘웃기는 마눌, 진작 말을 하지.’ 그러며 웃더라고요.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글을 남기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날은 그게 끝이었어요. 둘 다 힘이 들었거든요.
어제 저녁에는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 겸 목동 교보문고에 갔는데, 그 건물이 CBS잖아요.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허윤희 플래카드라도 만들어 줄까?’ ㅋㅋ 들고 서 있으래요. 저는 허윤희, 남편은 민봉래? 민복례? 봄내 작가님, 죄송해요. 웃으셨죠?
우리는 오늘 밤에도 같이 꿈음을 들을 거예요. 저는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며, 남편은 자기 책상 앞에서 작업하며... 따뜻한 음악,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텔레비전이 아닌 라디오를 공유하게 해 주는 꿈음 고맙습니다. 아, 월요일에 서울 오는 길에 전하지 못한 말, 꼭 전해 주세요. 저는 세상 사람들이 쉽게 마음먹지 못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는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고요. 그 일 꼭 이루라고 신께서 우리 없이도 늘 에너지 120% 충전 상태인 씩씩한 아이를 주신 것 같으니, 주말이 아닌 날에는 딴 생각 말고 열심히 몰입하라고요.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

신청곡 : 박정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남편도 아이도 우리도 이젠 그랬으면 좋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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