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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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정도아
2011.08.31
조회 181


그 해 겨울 늦은 오후, 일년만에 후하게도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이였습니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들 만치 잠을 청했지만,
5년을 앓아온 불면증인 나에게 잠을 선물 하고 싶었죠.
30분이 흘렀을까 혹은 20여분이 흘렀을까요
역시나 뒤척임을 반복하던 찰라에 초인종 소리에 늘어난 티셔츠에 대충 파자마를 입은채 누구인지를 물어 문을 열었습니다.

그 해 겨울, 나의 그 였던 이가 밖의 날씨가 몹시도 춥다는 듯 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푹 찔러 넣은 채
어깨를 살짝 움추리고 서 있었죠.
키가 작은 나에 비해 키가 컸던 그는 몸집이 꽤나 건장 했는데,
그 커다란 어깨에 흘러내린 코트는 언제나 근사하다 생각하던 중에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네 생일날 첫눈이라니!"

그 해 겨울의 어느 날은 나의 생일이였죠.
자신의 생일도 기억 못하는 바보가 어디 있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나 연인에게도 챙겨달라 보채지도 않는 무의미하고 건조된 시간들 속에 허덕이고 살고 있는가 싶어 잠시 슬펐습니다.
그의 첫 마디에 문을 닫을 뻔 했으니 말예요.

아마도, 난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반겼나 봅니다.

"레몬차 한 잔 할래?"
금시에라도 나가자고 할 그 라는 걸 알기에
적당히 따뜻한 레몬차를 타서 넉넉한 잔에 따라 넣으며 나갈 준비의 시간을 벌려 했지만,
머리카락만 질끈 묶고는 옷을 덧입는것이 전부라 오히려 그가 몸을 녹이기 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눈이 온다기에 눈싸움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장갑도 챙겼지만,
계단을 내려와 나와보니 올해의 첫 눈 답게도 검은 아스팔트를 채우지도 못한 채 이제 막 하얗게 흐드러지고 있었죠.

도착한 곳에는 익히 알고 있는 지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둘러 앉아
샴페인도 개봉하지 못한 채 기다렸다며 응석을 부렸습니다.

술을 못하는 내가 그렇게 헐겁게 웃어대며 몇 잔을 비워 댔는지 기억이 가물거리고 여러명의 얼굴이 발갛게 취기에 오르기 시작 할 때가 오자 헤어지기를 고했습니다.

그 때의 나의 그와 두어 명의 지인들과 나의 집으로 돌아와
제멋대로 편히들 털썩 앉거나 누워서 자연스레 음악을 흘렸고
나의 집 벽면 벽면을 가리키며 저건 뭐고 이건 무엇인지와
다시 한 번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블라블라 떠들어대며 낄낄 웃어댔죠.

웃었던 그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때 마침 CD의 트랙이 처음으로 되 감기는 소리에 맞춰,
그가 말과 동시에 행동을 했습니다.
"오늘 가요 한 곡을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구워왔어. 들어봐.."

새로운 음악을 즐기는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가 아무말 않은채,
세 번을 연달아 들었죠.
두번 째 들었을 때, 또 다시 전 슬픈 표정이였는데,
언젠가 이 모든 따뜻했던 겨울이 추억과 흐릿한 잔상으로 남겨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였을까요.

모두가 돌아간 뒤 곤히 잠들어 버린
그 해 겨울의 나의 그를 내려다보며

그가 권했던 웅산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처음 나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잠이 들 때까지 반복하며 들었습니다.

그해 겨울의 그를 언젠가 떠나 보낸 그 모습에 미소를 띄웠던 것은
필연이였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머물러 있나봅니다.

몇장의 흑백사진도
그 해 겨울의 첫눈도
노란 조명아래 빛나던 얼음 조각들도
취기에 응시하던 그 곳의 모퉁이도




찌르르 저리게도 오래전의 그가 생각의 수면위로 떠올라,
그 때의 소소한 잔상까지도 생각나게 만듭니다.

매일 돌아오는 차 안에서 '꿈음'을 청취하며
집에 도착해 이십여분의 마지막까지 듣고는 그제야 집으로 올라오는
추억에 허덕이는 제가 '웅산'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을
신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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