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의 이삿날입니다.
아침에 저희 집으로 출근(?)하셔서 저희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봐 주시고는 다시 돌아가시는 어머님이 이사를 하시는 것이지요.
늙은 시부모님의 이사에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하는 발걸음이 못내 무거웠습니다. 어머님은 우리 아이를 업고, 먹이고, 어르고, 달래고 하시면서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면서 퇴근 후 죄송해 쩔쩔매는 저에게 빙그레 웃으십니다.
퇴근 후, 이사한 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발음도 잘 안 되는 우리 아이가 뛰어옵니다.
"할미야, 허디(허리) 아포? 내가 이거 해두(주)께. 위덤(위험)하니까 내가 해께~"
하면서 무거운 찜질팩을 낑낑거리며 들고 와서는 위험하다며 찜질팩의 전기 코드를 꽂으려고 애쓰고 있지 뭡니까.
아마도, 이사하는 내내 할머니가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사짐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그런 할머니가 걱정되었나 봅니다.
어찌나 어여쁘고 귀엽던지. 그리고 어찌나 대견하던지요.
할머니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귀한 아이로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보니 기대할 만 하겠는 걸요.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할미야, 내가 해주께~"
정미영
2011.09.15
조회 41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