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희씨. 참 오랜만에 사연을 남기네요. 출근길 부터 '오늘은 왠지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깔끔한 것이라곤 찾을 수 없는 하루 였습니다.
그래도 꿀꿀한 마음 가짐으로 한 주를 시작할 수 없어서 나름 유쾌하게 시작하고자 '페이스 북'에다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지요.
지난밤…. 달빛을 조명 삼아 거실에서 아내와 블루스를 췄다.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아내가 내게 “서방 노래 좀 불러봐~”라고 말했다. 무슨 노래를 부를까 고민하다가 ‘내곡동 가까이’를 불렀고 아내는 곧 주먹으로 응징했다.
노래를 참 못 부른다. 부르는 것도 싫어한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싫어서 시를 읊었던 옛일이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뭇 사람에게 회자될 정도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노래를 곧잘 불렀다. 발성도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성대에 부담된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 노래는 마음속으로 부르는 것이 되었다. 하던 것을 안 하다 보니 못 하게 된 것이다.
...
아내는 노래를 다시 부르라고 했다. 민중가요, 응원가를 제외한 노래를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고민하다가 김동률의 ‘기적’을 잔잔하게 내뱉었다. 음정도 박자도 엉망이었다. 듣는 사람은 아내 혼자였지만 ‘쪽’ 팔렸다. 내 약점을 여과 없이 들어내는 것 같아서….
타들어가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 마침 잠에서 깬 원경이(아들녀석)가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화들짝 놀란 아내는 방으로 뛰어들어갔고, 아내와 함께 추던 블루스도 형편없는 나의 노래도 달빛에 묻힌 밤이었다.
그냥 웃자고 끄적인 글인데, 반응은 저를 로맨티스로 몰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전혀... 아닌데 말이죠. 어젯밤의 상황은 지금 생각해 봐도 꽁트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유쾌했던 기억으로 월요일의 헛헛함을 오버랩 합니다.
신청곡 : 김동률, 이소은의 '기적'
꿈음을 즐겨 듣는 후배가 꿈음에 이 노래를 신청한 다음 꼭 이 노래에 맞춰 블루스를 추라고 했는데, 상상만해도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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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블루스
이영호
2011.11.07
조회 5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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