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정갈하게 놓여진 젓가락처럼 11월도 그러해요
나란히 마주보고 서 있는 가로수 길처럼 11월도 그러해요
어쩜 이제 막 연둣빛 사랑을 시작한 연인처럼 11월도 그러해요
마치 뒤에서 보면 서로 가까이 다가서기가 쑥스러워 약간의 사이를 두고
가벼운 발걸음의 보폭으로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는 듯한 11월
삼십일, 이 숫자 길을 함께 동행하면서 누가 먼저 손을 내밀까를 생각하느라 가을이 가는지, 겨울이 오는지 모르는 연인같은 11월
앞만 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로 걷겠지만 어쩜 상대방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은 건 아닐까
계속 함께 이 길을 걸어갈까...
하지만 동행인이 되어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죠
그래서 때론 혼자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우연히 다시 마주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가로수 길같은 11월은 알아요
그렇게 서로의 마음이 다시 같아질 때 11월은 다정한 메타세쿼이야 길이 되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11월스럽게 걸어 갑니다
아, 첫눈이 올 수도 있다네요
11월 이 길에...
그럼 첫눈을 기다려봐야 겠네요
나란히 어깨를 맞추며 조금은 쑥스럽고 조금은 어색하게
이제 막 다정한 걸음이 시작된 11월의 사람나무들처럼...
2011년 서울의 첫눈이 새벽에 왔다는 기사를 읽고 적어 봅니다
기상관측소가 위치한 곳에서 육안으로 눈발이 관측될때 첫눈으로 공식인정이 된다는데 2011년 서울의 첫눈은 새벽에 쌓이지 않고 흩날리다 멈춰 적설에 기록되지는 않았다니 결국엔 첫눈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어색한
감이 살짝 들죠
꼭 눈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처음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항상 설레는 기분인 것은 사실이면서
겨울이 또 이렇게 오나 봅니다
그나저나 월동준비로 김장해야 하는데 김장은 안하고 첫눈 생각을 하고
있으니...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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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대한 단상
이향미
2011.11.22
조회 7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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