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흉년이 들면 모두 다 배가 고픕니다.
그러니 들에 산에 풀도 뜯어 먹고 나무 껍질을 벗겨 먹으며 연명을 해야 했지요.
그러다 혹 독풀이라도 섞여 들어가 먹고 나면 온몸이 퉁퉁 부어 며칠을 앓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무리 삶이 어려워도 마을에는 부자들이 있었습니다.
최부자며 이부자며...커다란 기와집 너머 안쪽엔 밥짓는 연기가 가난한 이들을 더욱 배고프게 했습니다.
그렇게 가뭄이 들어 배고프던 어느 시절 이른 새벽에 커다란 기와집 담을 넘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리나지 않게 담을 넘은 그 사람은 마당으로 들어와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마당을 씁니다.
넓은 마당을 정성스럽게 쓸어 아주 깨끗하게 만듭니다.
그리곤 아무말 없이 다시 담을 넘어 돌아갑니다.
날이 밝으면 대청 마루에 그 집의 제일 어른인 대감(혹은 첨지 등)이 나와서 마당을 내려다 보고 난 후, 마당쇠(?)를 부릅니다.
그리곤 누가 아침에 마당을 쓸었느냐고 묻고는 아랫마을의 김서방이 다녀갔다는 말에,
보리 두어말 가져다주라고 합니다.
마당쇠는 그 식량을 메고는 김서방에게 가져다 줍니다.
아마도 이른 새벽 담 넘는 소리를 누군가 듣고, 또한 그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도둑이야 외치며 쫓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고,
마당을 쓸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집주인도 잠자리에서 비질 소리를 틀림없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오늘은 또 누가 쓸고 있을까 하며 아침잠을 청했으리라.
요즈음의 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기대도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인데 가을철 감을 딸 때 '까치밥'이라고 해서 몇 개를 남겨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정말 그 남겨진 감을 까치만 먹었을까.
딸려고 마음 먹으면 못 땄을까.
그러나 그렇게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배고픈 가운데서도 그런 여유로운 삶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무작정 와서 배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모른 척하고 넘어가지 않고 먹을 끼니를 나누어 주었던 모습이 이즈음 그립기만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영원히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시간은 흐르고 우리네 인생의 시간도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들로 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나가지요.
이제라도 부잣집 담을 넘어 마당을 쓸어주고,
또 나에게 베푼 자에게 얼마 안되는 나의 것을 조금 떼어서 나누어 주기로 하지요.
그것이 모두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지금 하시는 일이 남에게 떼어줄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이라 여기시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노블리스 오블리제 : "귀족의 의무"를 의미한다.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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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과 영애의 '그리워라' 부탁합니다.
조남혁
2012.01.06
조회 113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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