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희씨. 어제 새벽 태백산을 다녀왔습니다. 그때의 여운을 꿈음 게시판에 남겨 봅니다.
‘가을 산은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겨울 산은 귀로 듣는다’는 말을 되새기며 태백산을 올랐습니다. 쌓인 눈이 등산화에 밟혀 아우성치는 소리는 아침 해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아우성이 또렷해질수록 회색빛 하늘은 점점 계절을 닮은 맑은 색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듣는 재미가 보는 재미로 바뀔 무렵……. 태백산 건너편으로 지난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올랐던 ‘함백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딸아이는 아직도 함백산의 안개를 기억할 정도로 그날의 추억을 잊지 못할 정도인데, 동틀녁에 만난 ‘함백산’은 가족의 응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춥고 힘든지 모른 채 정상을 향해 걸었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들은 태백산 정상만 바라보는데 저는 틈나는 대로 건너편의 함백산을 바라보며 ‘지난여름 우리 가족이 헤맸던 산길’을 가늠했답니다.
정상 부근에 도착했을 때, 회색빛을 걷어내려는 듯 겨울바람은 ‘힘자랑’에 여념 없었습니다. 태백산 주변의 산하는 바다 안개에 가려진 수 백 개의 섬과 다름없었습니다. 회색빛 하늘을 몰아낸 바람은 차디찬 안개를 걷어내고, 그 사이로 산봉우리가 등장하고, 서서히 해가 떠올랐습니다. 순간 조물주의 위대함이 느껴졌고, 거대한 풍광 앞에서 인간은 한 갓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수천 개의 바늘로 돌변한 매서운 바람도 장엄한 일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1’ 때문에 찾은 태백산이었지만, 숨 막히는 절경 앞에서 ‘1’ 한다는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떨칠 수 있어서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하루가 쉽게 쉽게 흘러가네요.
신청곡 : 부활 / 너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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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을 다녀왔습니다.
이영호
2012.01.09
조회 12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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