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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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배선교
2012.01.24
조회 118
한달전쯤 아내는 퇴근하면서 비닐봉지 하나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여보, 어떡해.오늘 수업간 집 외할머니께서 지방에서 올라오셨는데, 작년에 주신 물고기 잘 크고 있냐고 물어보시는거야.그래서 우물쭈물 말을 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이들이 다 죽었다고 하니까, 다시 이렇게 물고기물이랑 물고기를 다시 주셨어요.아, 어떡게해....나 , 얘네들 다시 죽이면 안되는데....사실 잘 못 키울것 같아. 당신이 어떡게해봐. 응. 제발 잘 키워서 새끼를 낳게 해봐. 당신한테 맡길테니 당신이 어떻게 잘 키워봐.응?"
하면서 아내는 물고기물과 물고기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전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물고기 밥을 사왔고, 아침저녁으로 물고기밥을 주는것도 제 차지가 되어버렸고, 일주일에 혹은 이주일에 한번씩 물고기 물을 갈아주는것도 제 차지가 되었었습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물고기가 잘 있는지 살폈고, 잘 보이지 않으면 다 어디갔느냐며 제게 재차묻고 했지요.
"염려하지마. 내가 잘 키울게. 어? 그런데 어떻게하지 한마리 죽었네."
하면서 아내가 신경쓰지 않게 전 최선을 다해서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면서 온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물을 갈아주다보면 이상하게 한두마리씩 죽어있는것을 보면 아내한테 말하지 않고, 조용히 물고기 시체를 처리하면서 정성을 들였습니다.
아내는 화초는 잘 키우는데 물고기는 이상하게 잘 못 키우겠다며 작년의 악몽이 떠오른다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이 불쌍한 죄없는 물고기들이 다 죽어나갔다며, 학생집 외할머니께 죄송해서 어쩌냐고 마음쓰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일년만에 다시 만났을때 물고기를 안부를 묻는데 아내는 울상이 되었고, 다시 선물 받았을때, 아내는 받을수도 없고, 안받을수도 없어 이렇게 간신히 들고와 제게 내밀고는 책임지라고 했는데, 어느새 한마리, 한마리 죽어나가는것을 알고는 저도 무척 마음이 쓰였습니다.
아내는 거실을 오갈때마다 수반에서 헤엄치며 노는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어, 여보, 물고기가 두마리밖에 안보이네. 처음에 한 열마리 넘게 있었던것 같은데, 다 어디로 숨은거야?"하면서 물고기를 은근히 신경쓰곤 했습니다.
아, 그런데 엊그제 물을 갈아주다 보니 어느새 물고기 다 죽어 있었습니다.
우리집이 추워서 죽었나?
밥도 잘 주고, 물도 깨끗하게 잘 갈아주곤했는데...어쩌지?아내가 또 물을텐데...
아내는 또 거실을 지나치다가 수반을 들여다보며 어? 물고기가 한마리도 안보이네. 다 어디로 숨은거야? 하면서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미안해. 여보, 물을 갈아주다보니 어느새 한마리, 두마리 다 죽어나갔네.미안해.잘 키워보려했는데...."
"아, 큰일났다. 두 번이나 실망 시킬순 없는데..우리 물고기 사러갈까? 마트에 물고기 사러가자. 당신이 이번에 실수없이 다시 잘 키워봐.응?"
하고 아내는 어린애가 조르듯 물고가 사서 다시 키우자고 조릅니다.
저는 봄나면 다시 잘 키워보자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화초들은 잘 크고 있는데, 물고기는 다 죽게 되어 아내한테 짐짓 미안할따름입니다.

여보, 다음엔 잘 키워볼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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