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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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알파보이
김은주
2012.02.01
조회 97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기고 있는 아들이, 과 1등 성적표를 받아왔다고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만 주착맞게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 걔, 왜 이렇게 웃겨요?"
더 웃긴 건, 내 파안대소에 반응하는, 1등을 한 아들의 엄마.
"그쵸? zz"
난 Y선생님이 그래서 존경스럽다.
들어간 대학에서 숱한 결석과 과락으로 학사 경고까지 받았던 아들.
그때도 선생님은
"경고를 받아온 거 있죠.ㅋ "
했었다.
거기엔 실망이나 분노같은 건 없었다.
마냥 독특한 아들이 사실 자신을 닮아 그렇다는 것이 일면 신기하고 일면 호기심에 겨운 것 같았다. 빈틈 없고 똑부러진 둘째 아들에 비해 늘 낙천적이고 걱정 없이 사는 맏아들. 군대에 갈 때도 입소 전 날에야 얘기한 아들이었다.
학교문예지에 등단해 상금을 받아온 날도, 엄마는 독특한 아들이 그 돈을 어떻게 쓸까 마냥 궁금해 바라봤다고 한다. 상금 100만원 중 친구들에게 50만원어치 밥을 사고, 엄마에게 십만원을 줬다는데 엄마는 그대로를 감사헌금 했다고 한다.
"조금 가난하고, 밥 좀 굶으면 어때요, 자기 좋아하는 일 하면 되지.. 그쵸?"
엄마는 아들이 문인이 되길 바라는 것 같다.
일전에 사무실에 찾아온 아이에게 난,
"아버지가 방송국에 계시니, PD시험 치지 그래?" 했었다.
근데 아이는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게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나와 Y선생님은 만났다.
동화책과 사교육을 매개로.
아이들 독서 지도를 하는, 이른바 사교육 부분에서 일을 하는 엄마.
그런데, 그 아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단 한번도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집에서 아이와 독서토론은 많이 했는데,
아이가 무슨 참고서로 공부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던 엄마 때문이었다.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또다른 독서지도 선생님이 찾아왔다.
P선생님.
함께 피자를 먹다가 딸 얘기를 하는데, 입에 든 음식이 밖으로 나올 뻔했다.
" 글쎄,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성향 검사를 했거든? 근데, 전교에서 딱 2명만 그 진단을 받은 거예요.
그게 그런 거라네. 일단 머리에 먹고 싶은게 인지되면 그것만 생각한대. 집중력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먹는 걸 너무 집착한다는 거야. 근데 맞더라고. 우리 딸, 그래."
"네에?!!"
순간 만화 주인공이 생각났다.
"다원이 날씬하잖아요?"
"그게 내가 조절을 해주니까, 걔 먹는 거 너무 좋아해요. 근데 더 웃긴 거, 뭔줄 알아요? 학교에서 같은 진단을 받은 다른 한 아이 있잖아요, 특수학교에 다녀야 할 애였대요. 아이큐가 많이 낮아서 친구들이 돌봐야 한대요. 다원이랑 걔가 그 진단 받고 온 학교가 뒤집어졌잖아~"
이 얘기를 듣고 난 기어이 마시던 물을 쏟았다.
문학을 전공한 남자 대학생과 법학을 전공한 여대생.
이 둘은 내가 동화책 연구를 하던 무렵, 알게 된 아이들이다.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어머니들 밑에 책읽기를 많이 했다는 것.
또 하나 공통점, 엄마들이 학교 공부 외의 사교육에 일절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점.
검소했던 남자 아이는, 마냥 자유로운 영혼으로 커서 문학 청년이 되었고,
커피우유를 좋아하던 여자 아이는, 다니는 학교에서마다 장학금을 도맡은 알파걸이 되었다.
이 아이들을 길러낸 두 괴짜 엄마들을 보노라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창의란, 스트레스 없는 자유의 경지에서 남들과 다르게 사고한, 그래서 외로운 지대를 뚫고 나온 자존감의 소산물이 아닐까..
주변의 엄마들과 다른 교육관이 두 어머니를 얼마나 외롭게 했는지 오랜 시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또, 개성 넘치는 두 자녀는 , 학교에서 자신들이 그리 톡톡 튀고 유별나게 취급 받아도 전혀 기죽지 않고 굳건히 잘 자라줬으니 말이다. ^^
동억, 다원, 흥해라 !!!


*추신: 동억이 아버님이 계신 방송국이 CBS랍니다. ^^


신청곡 : 이수영의 덩그러니 or 스치듯 안녕 / 최성원 - 행복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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