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이 울적하거나 어떤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을때 나는 책상과 책장, 그 주변을 정리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몇일전 책상의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이국땅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이 보낸 카드와 사진을 엘범 속에 넣으며 사진들을 들여다보던 중 지난 세월의 버려진 사진들이 기억나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책상과 책장, 그 주변을 정리하다 보면 온갖가지 물건들이 튀어나온다. 그 물건들 대부분은 쓰레기로 분류되어 버려지는 저치가 되지만 그 중에 몇몇은 용케도 살아남아 오랜동안 내 곁에 머무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그중에 사진은 대부분 살아남게 되는데, 가끔은 분류하기 위해 매우 많은 고민이 필요한 사진들이 있다. 이런 사진들은 한때 깊은 관계였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거나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기억이 깃든 사진들이다. 이처럼 어려운 결정을 할땐 동전을 던져 나오게 될 앞뒤 면으로 신의 선택을 따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긴 하지만,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녀석들은 대부분 결국 버려질 운명에 처해진다. 이런 경험들은 내가 사진에 찍히는 걸 싫어하게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은 그때 버려지는 건 사진뿐이 아닌 사진과 함께 그사람과의 모든 기억도 쓰레기통 속으로 내던져지는 것이며 애써 잊으려는 나의 마지막 몸부림의 표현인 것이었다.
신청곡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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