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씨,
꿈음을 들은지 수년이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글을 남기네요.
꿈음을 처음 알게 된 건 많이 사랑했던 그녀를 통해서였어요.
친구로써 7년을 그녀의 옆을 맴돌다, 6년전 마침내 서로의 반쪽이 되었었지요.
그녀를 바래다주는 길에서, 그녀 집 근처 주차장에서 꿈음을 듣는 건 제겐 큰 행복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에 지쳐가면서 실체도 없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그녀를 놓아버렸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난다고 변할 건 없는데 그때는 몰랐지요.
올해 초 그녀를 아는 친구를 만났다가 그녀가 다음달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평생 그녀 옆을 지켜줄 사람은 그녀를 많이 닮았고 강해 보인다고 하네요.
그녀가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강한 사람이 나타나 주길 원했는데 제가 바라던 대로 되었네요.
그런데 왜 기쁘지 않을까요? 지금까진 그녀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게 되면 나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나는지...
경포대 밤바다, 단풍 든 광릉수목원, 청평호 벛꽃놀이, 춘천 기차여행, 함께 갔던 맛집들…
사귀었던 시간만큼 헤어진 후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라 절 아프게 합니다.
행복했던 시간들이, 즐거웠던 시간들이, 무엇보다 그녀의 가슴 아프게 한 시간들이 부메랑이 되어 더욱 절 힘들게 하네요.
마치, 헤어진 그때로 돌아가 한번 더 이별을 겪듯이 말이에요.
이젠 제 맘속에서 놓아주어야 할 그녀에게, 미쳐 하지 못할 말을 허공에 나마 전하고 싶어요.
널 그리며 보낸, 너와 함께하며 보낸, 나의 20대 나날을 인생 가장 아름다운 날들로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나의 부족함으로 널 많이 힘들고 불안하게 하였고 결국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란다고...
비록 같은 시간에 살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칠 수 없는 존재로 남겠지만…
윤희씨, 신청곡이 있는데요. 틀어주실지 모르겠네요.
가장 듣고 싶은 곡은 lucia와 에피톤 프로젝트의 '어떤 말도, 어떤 날도' 입니다.
혹시, 안 된다면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꽃인 해바리기를 생각하며, 이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해바라기로 살아갈 그녀를 떠올리며, 이문세의 '해바라기'를 신청합니다.
언젠가 웃으며 그녀를 떠올 일 그런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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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만 놓아주어야 할 것 같네요.
삽살차우
2012.02.29
조회 144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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