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느 블로그를 여행하다 하얀 나비떼가 그려진
배경 그림을 보고 나니 오래 전에 만난 한 마리의
흰 나비가 기억나네요.
그 해는 건강도 좋지 않고
유달리 하는 일도 안 되고 외로움을
많이 탓던 봄날이었습니다. 좀 울적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답답한 마음에 하행선 열차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그 흰나비를 본 것은 반도 남쪽의
적막한 간이역에서 였습니다.
제가 탄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승강장엔
여행객 하나 없고 노변엔 깎인 잔디외엔 풀꽃 하나 없었습니다.
그 나비는 메마른 듯 보이는 승강장 노변의 풀섶에서
웃음과 설렘을 날애에 가득 담고
정신없이 내 차창으로 달려드는 것 같았습니다.
적막하고 휑한 간이역 승강장에서
지독히도 적적하고 외로웠던 것 같은,
무엔가 지독히도 그리웠던 것 같은 나비였습니다.
그런 만큼의 깊은 반가움으로 열차가 승강장에 서자
차창에 안겨 열차 안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나비였죠.
유리벽 사이로 무언의 대면이 있고 난
잠시 후, 다시 출발하는 열차의 거센 바람에 이내
아쉬운 자태와 함께 허공에서 뒷걸음질해야만 했던,
허탈함 속에서 멀어져가는 기차를
동경의 눈으로 멍하니
주시했을 나비 한 마리였습니다.
그런 내내
가슴 속에 5월의 초록바람 소리 같은
쓸쓸한 피아노 소리 들렸습니다.
열차는 달리고 어느 새 제 눈시울은 뜨거워져 있었는데
잠깐 외유한 제 하얀 영혼을 보았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너무도 짧은 시간였지만 제게 속 깊은 친구가 되어주고
참으로 많은 위로를 주었던 흰나비
꿈음도 이 밤 그런 하얀나비이겠죠.
이 밤 다양한 공간과 상황 속에서 수많은 청취자 분들이
꿈음을 듣고 있겠죠.
어떤 분은 버스나 승용차에서 또 어떤 분은 편안한
집에서 혹은 고시원 쪽방 같은 곳에서 말이죠. 어떤 분은
얼마간의 빚에 쫒겨 무거운 마음으로 또 어떤 분은 깊은
외로움 속에서 말이죠.
그래요. 처한 환경이 비좁고 열악할수록 속 넓은 친구가 되고
깊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과거의 제 모습이었을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는
그런 분들에게 위로의 밀도라는 것은 끝이 없으리라 싶어요.
청취자의 양을 떠나 그런 위로를 줄 수 있는 소수가 있다해도
위로의 가치와 깊이는 헬 수 없을 거예요.
일상적이고 혹은 남달리 외롭고
어두운 영혼들에게 휴식과 위로와 꿈을 주는
하얀 나비떼를 쉼없이
칠흑의 밤에 방사하고 계실 존경하는 윤희님과
제작진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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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마음 속에서 들려왔던 피아노 소리는
동감의 오에스티인 피아노 솔로, 라는 제목의 멜로디였는데,
홍선경씨가 가사를 붙여 노래도 했는데
포털에서는 곡이 해제 되어 있더군요.
혹시글이 소개된다면
신청곡은 알맞게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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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비에 대한 기억
팩우유
2012.03.21
조회 10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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