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오랜 친구가 그리운 요즘입니다.
권은영
2012.05.08
조회 73
눈물 많던 여고시절에 교실로 찾아와 수줍게 편지 한장 내밀고 도망간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후로 그녀와 나는 사춘기 눈물대신 작은 쪽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었습니다. 스스로 애인(愛人)이라 자청한 그녀의 편지에 주변에서는 오해도 질투도 많았지만 그럴수록 우리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입시와 사춘기의 긴 터널을 함께 건너왔습니다.

그녀의 편지에는 늘 김수영, 황지우, 정호승 등의 시가 적혀 있었습니다. 간결한 그녀의 글씨체는 마치 그림 같았고 여백도, 쉼표도, 마침표마저도 얘기를 하고 있는것처럼 작은 엽서를, 원고지 한장을 가득 채웠었지요.
비오는 수요일에는 젖은 손으로 빨간 장미 한송이를 건네며 배시시 웃기도 했던 그녀는 ' 친구야 힘을 내라. 네 뒤에는 온몸을 불사를 열정을 지닌 내가 있으니까!' 라며 고3의 지친 나를 위로 하곤 했습니다.

90년에 그렇게 만난 우리는 거의 천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 새로생긴 사랑을 응원하고 사랑이 끝났을땐 같이 울기도 하고, 세상에 큰소리로 분노도 하면서 상처많던 20대도 함께 걸었습니다.

그런 그녀와의 연락이 어떻게 뜸해졌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녀의 편지를 모두 모아놓은 상자엔 98년 이후 그녀의 편지가 없다는것 만으로 더이상 그녀의 편지를 받지 못했던가 짐작하게 할 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왜 그때 연락 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아 나서지 않았을까 의아할 뿐입니다. 그랬다면 오늘 이렇게 그녀가 그리워 눈물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후회 해 봅니다.

이제는 주소도 모두 바뀌어 혹시 그녀가 내 생각이나 편지를 보냈다해도 모두 반송되었을지도 모를일 입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에게서 올, 내가 보낸 편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뿐, 그녀가 손닿지 않는 먼곳에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의 오랜 편지중에서 " 당신도 이 지상에 온 여행자-삶은 강물과 같다' 라는 싯귀를 찾아 냈습니다. 그녀도 나도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 여행하고 있는 중이겠지요. 여행 마치고 바다로 흘러가면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겠지요.

오늘은 정말이지 그녀에게 긴 편지를 쓰고 싶은 날입니다.

- 이소라, 노래1 신청합니다.-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