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해 가을 힘든일을 겪었습니다.
준비하던 시험에서 3차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뱃속의 아이도 6개월만에 보내야 했습니다..
슬픈 일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온다는 그말처럼... 한꺼번에 모든일들이 일어나더군요.
드라마를 보면 슬플땐 울기마련이던데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으니 눈물도 안나오더라구요..
깨어있으면 못견딜것 같아.. 그냥 잤습니다.
자고 또 자고..
남편은 마치 이해 한다는듯.. 아무런 간섭을 안더군요..
남편은 혼자서 식사를 하고, 혼자서 빨래를 하고, 혼자서 와이셔츠를 다리고.. 그렇게 8개월을 보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남편은 출근 준비를 분주히 하는데.. 저는 그냥 남인것 처럼.. 그저 남편을 지켜볼뿐 아무것도 준비를 못해 주었습니다.
이젠 별로 대수롭지도 않다는듯 남편은 들어가 더 자라고 그러더군요..
전.. 오빠.. 나 다시 공부할까?
그랬더니.. 남편은 그러더군요.. "당신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가 올때 당신좋아하는 볼펜 사올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그 말이 오늘따라 왜그리 슬프던지요..
남편이 출근을 한뒤.. 난 모처럼.. 더위를 느끼고.. 커튼을 바꿀의욕도 생기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땀을 비오듯 흘리며 움직이고.. 샤워을 하고.. 거울을 봤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난..
아차 싶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립니다..
아이를 잃어버린건 나만 잃어버린게 아닌데...
남편도 많이 슬플텐데..
나는 마치 나만 슬픈듯... 그랬네요..
너무 늦었지만.. 많이 늦었지만.. 나보다 더 슬플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요.. 그사람을 다독여주지 못해서..
마치 나만 아픈것처럼 행동한거 ..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있으면 남편이 온다고 합니다..
오늘은 남편을 위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같이 밥을 먹어야 겠습니다..
남편과 같이 들을 수 있게..이승철의 '우리' 부탁해도 될까요?
그동안 못난 저의 친구가 되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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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심수영
2012.06.21
조회 8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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