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 저는 22살입니다. 상반기에 편입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서 2학기에 서울 소재 대학에 편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편입 시험 준비할 떄 아버지께서 카세트를 사 주셨습니다. 제가 음악 듣는 걸 싫어하시는 아버지가 그걸 사주셔서 좀 의아한 부분이 있었지만 저는 그 덕택에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를 실컷 들을 수 있었습니다.
15년 후에 저는 37살이 되었고, 아직도 결혼은 못했고, 여전히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 37살이신 분의 사연을 듣고 저랑 상당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그 오래된 카세트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라디오가 꺼졌습니다. 저는 처음에 정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몇 달 전에 볼륨 조절하는 버튼이 고장이 나서 이게 수명을 다하지 않았나 싶었으나 불편을 무릎쓰고 들었는데요.
저와 20의 대부분과 30대의 70% 를 보낸 카세트였는데 이젠 수명이 다 한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이던 제가 거의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그 오랜 세월을 함께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전 워낙 한번 쓰게 되면 오래 쓰는 스타일이라서요. 10년 된 조그마한 카세트가 또 있어요. 이건 가끔 어머니가 쓰시던 건데요. 지금은 어머니가 조카들 봐주러 거기 가 계시므로 제가 써도 무방하지요. 다만, 이게 라디오가 잡음이 많아 과연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제 방 창가쪽에 라디오를 두면 항상 93.9 가 잘 나왔습니다. 15년 쓴 것도 그랬고, 10년된 것도 다른 자리에서 93.9 를 쓰면 잡음이 많은데 그 자리에 놓고 쓰니 신기할 정도로 잡음이 사라졌습니다.
그 명당 자리는 오로지 93.9 만 들으라는 얘기인지 다른 주파수는 잡음이 많습니다. 정말 신기하지요. 꿈음을 예전처럼 잡음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젠 밤에 일을 안하고, 전 저녁 모임이나 이런 데 잘 안나가기 때문에 밤 10시만 되면 자동으로 꿈음을 틉니다. 이 시간에는 TV도 전혀 안봅니다.
어렸을 땐 라디오를 듣기만 하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사연도 보내고, DJ 분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꿈음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오늘도 내일도 밤 10시만 되면 꿈음을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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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이라는 세월
유석희
2012.07.21
조회 8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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