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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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는 사람
서효일
2012.08.07
조회 107
봄바람이 문득문득 불어오는 이 맘 때였지. 별다른 계획 없이 우리는 경포대에 가기로 마음먹고 버스에 올랐지. 기억나니? 북부정류장에서 설레던 맘으로 밝게 웃으며 정류장을 누비던 우리를. 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참 오래 탔던 것 같아. 오후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우린 강릉에 도착했으니까. 그래도 내 어깨가 넓어서 좋다며 기대어 가던 널 바라볼 수 있어서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어. 하하 사실 조금 지루하긴 했어. 그래도 그 장면들이 아직도 내 머리에 남아있는 걸 보면 그때 무척이나 좋았나봐.
예쁜 해변도 걷고 회도 먹고 폭죽놀이도 했지. 넌 백사장이 무척이나 예쁘다며 좋아했지. 나도 그 길고 아름답던 경포대의 해변을 잊지 못해.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 순간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것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우리가 영원할 줄 알았지. 우리가 거닐던 해변도 앞으로 함께 밟을 수억 개의 모래들 중 일부일 뿐이라 생각했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파도도 그저 수많은 바다의 수많은 바닷물 중 일부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네. 우린 이제 함께 가 아닌 각자가 되어버렸으니.
‘행복’이란 건 그 순간에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건가봐. 그 때는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지. 그저 그 순간을 너와 함께해서 즐거웠어. 아니 그 때는 ‘행복’이라는 감정 자체를 몰랐었지. 지금에서야 그 순간에 난 행복했고 네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 조금만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겠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네. 하하하 나 참 바보 같다. 그지?
내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순간들을 겪고 있을 때 넌 말없이 내 옆에서 가만히 내 손을 잡아줬잖아. 내가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고 너한테 투정을 부리고 가끔은 너한테 짜증도 냈었지. 그래도 넌 묵묵히 다 받아주며 날 조용히 안아줬었지. 그런 널 왜 아프게 했을까? 그런 널 두고 왜 난 다른 곳을 바라보았을까? 묵묵히 내 뒤에서 또 다른 내가 되어 주었던 너를,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준 너를 왜 난 소중히 여기지 못했을까?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다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한지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난 아직도 널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너와의 시간을 상기시키며 스스로를 노래 가사 속 주인공처럼,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만들곤 해.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우리가 함께했던 행복했던 시간들을 밝게 웃으며 그땐 그랬지 하며 여길 수 있을까? 너를 떠올리며 마음이 아프기보단, 너와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감사할 줄 알게 될까?
이렇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던 네가 앞으로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지고 또 다른 행복한 시간들을 만들어가길 바래.

브라운아이즈와 장혜진씨가 같이 부른 옛사랑 신청곡으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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