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옷깃 사이로 스미는 바람이 시립니다. 한 여름의 붉었던 바람도 이제는 조금씩 색이 바래갑니다.
그냥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살애는 밤이면 자작자작 타들어 가는 조그만 나뭇가지였으면, 별헤는 밤이면 뒤척이는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조개빛 모래알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주워온 병 속에 저를 가두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가득히 담은 채로...
지금, 병 속의 세상에서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건 조난인걸까요? 목적지도 기한도 그리고 이유도 알 수 없는 지루한 투쟁입니다. 병 속의 세상에서 할 일이라곤 그저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언제쯤이면 이 여로의 끝을 맞이할 수 있을지, 아니 그 전에 이 병 속 세상에서 나갈 수 있을지 먹먹하기만 하네요. 병 속 세상에서는 바람을 느낄리 없는데 오늘은 왠지 푸르도록 시린 북녘바람이 스치는 듯 합니다.
날 가두었던 사람. 날 다시 열어 줄 사람. 그 사람이 보고싶습니다.
신청곡 : Hey- North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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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 세계
박진웅
2012.10.11
조회 7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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