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부모님,삼촌을 모시고 늦은 벌초를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근처에 있을 작은할머니가 사셨던 시골집을 지나치며 가슴 한편이 먹먹해 졌습니다.
어릴적, 시골집에 다녀올때면, 우리가 탄 차가 점점 멀어져 할머니의 모습이 작은 점처럼 보일 때까지도, 할머니는 굽은 허리에 한손을 얹지시고, 한손은 멀어지는 우리를 향해 끝없이 흔들고 계셨죠.
일찍 친할아버지,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정을 못받을까, 피한방울 섞이지도 않은 조카손자인 저를 자신의 친손자보다도 더 아껴주시던 작은 할머니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방학내내 바쁜 부모님이 시골집에 맡겨놓아도 눈치한번 주지 않으시던,
오히려 멀고 먼 읍내까지 걸어가 장을 봐오셔서는 늘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주시던..
소고기무국과 고추이파리무침을 너무 맛있게 해주시던..
파란 모기장 속에 같이 누워 히치콕의 싸이코를 조마조마해 하며 보았던..
생의 마지막 즈음 야윈 손으로 제손을 꼭 잡아주시며 눈물 글썽이셨던..
그 할머니가 이젠 제 기억속에만 계신다는 점이 마음 아팠습니다.
처음가보셨던 노래방에서 박자를 계속 놓치시며 부르시던 찔레꽃이 듣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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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할머니의 빈자리
박병구
2012.10.14
조회 7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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