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SNS를 즐겨하는 우리와 달리 아버지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시질 않습니다. 감정표현에도 조금은 무뚝뚝하신 아버지. 그럼에도 저는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고3 수헙생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 달에 한 번 집에가는 외박날, 저는 너무나도 게임이 하고 싶은 나머지 새벽에 집에서 탈출?을 하였지요.(당시 집에는 인터넷이 안되었습니다) 신나게 게임을 할 무렵 새벽 6시가 되었을까요?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식겁한 마음에 게임도 재미없어지고 가슴은 조마조마 하였지요. "어디니?" 아버지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차분하였습니다. "OO피시방이요."라는 대답에 "기다려라. 아빠가 갈게"라는 말씀을 마치고 전화는 끊겼습니다. 차마 오지 마시라는 제가 알아서 들어가겠다고 대답도 하기 전에 그렇게 아버지는 저에게 오셨습니다. 한적한 가을 아침, 살짝 낀 안개 속을 걸으며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새벽 속을 걸으며 교회를 갔었고, 거기서 잠시나마 기도를 드리고 왔던 그 짧은 시간동안 아버지는 저에게 믿음과 사랑을 목놓아 외치셨던 거지요.
얼마전에 SNS에 익숙한 이름이 친구요청을 하였습니다. 설마하는 생각에 그 사람의 정보를 보았지요. 친구도 없고 아무런 내용도 없습니다. 단지 우리 아버지의 성함과 생년월일만 있을 뿐이지요. 맞습니다. 아버지의 것일 거에요. 누군가 SNS에 가입하는 법을 알려주셨나봐요. 하지만 그걸로 끝, 앞으로도 그렇게 텅빈 공간으로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할까 말까 하다가 친구요청을 수락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에 조심스럽게 글을 적습니다. 평소 편지 한 번 제대로 드려본 적 없는 저지만, 그리고 여기에 글을 쓴다고 아버지께서 보실리 없을 지라도 제 마음을 적어 봅니다. 고맙다는, 사랑한다는, 먹먹하다는 이런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하고도 벅찬 감정을 떨리는 손 끝으로 씁니다. 웅얼 거리는 입술 위로는 짭잘한 무언가가 흘러내려도, 모니터가 고장났는지 화면의 빛은 계속 울렁울렁 거려도 계속 써나갑니다. 아버지에게.
신청곡 : 가을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싶어질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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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SNS
박진웅
2012.10.14
조회 7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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