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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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그리고 39살 노총각의 비망록
이정민
2012.11.19
조회 160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느라 요즘처럼 정신 없는 날이 없습니다.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말도 없이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어제 드디어 그렇게 보고 싶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을 노트북에 다운받아
심야시간에 설레는 마음으로 홀로 방에 누워 몰래 훔쳐?보았습니다.

에메랄드 빛 같은 아름답고 잔잔한 영상에
곱디 곱고, 순하디 순한 젊은 시절의 두 남녀의
풋풋한 첫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촉촉이 적셨습니다.

어쩌면 전체 스토리가 제 이야기와 99% 똑같던지,
영화 보는 내내 울다 웃다가, 흐느끼며 그리움에 사무치다가..
가슴이 콩닥콩닥~거려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 새내기 시절에 6개월 동안 남몰래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다녔던 국문과 학년 사물함에 마음 편지를 전하며,
방학하기 전날 용감하게 고백하기로 결심,
그녀와 장장 6시간동안 캠퍼스타운 호프집에 마주 앉아
그간의 짝사랑 스토리를 전했던 기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93년 당시는 호프집이 12시가 되면 나가야 하는(일명 빠빠빠 송~)
신데렐라? 제도가 횡행했던지라
못다한 고백의 아쉬움을 남기며 밖으로 나왔는데
정말 드라마처럼 첫 눈이, 그것도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져
가슴 속 애잔하고 기쁜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났습니다.

물론 제 마음 속 외사랑의 그녀는
마지막으로 애매~오묘한 말만 남기며
개학 후에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는 말을 뒤로하고 사라졌지만 말이죠..

이후 그녀는 또 한 번의 영화 속 드라마틱한 이별처럼
갓 제대 후 휴학한 같은 국문과 선배랑 눈이 맞아
아무 말 없이 한 순간에 제 곁을 떠나버려...
저는 한 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시절이 그래도
참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다고 그려지니
가슴 속 그리움과 남주인공인 승민이의 동병상련이
또 한 번 쓰린 가슴을 적셔옵니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녀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그녀는 혹시 그 선배와 결혼까지 이어졌을까요.
그냥 궁금해지는 오늘입니다.

건축학개론 속 대학시절 여린 남자의
순수했던 오해의 편린들이
결국 ‘꺼져줄래’라는 모진 말로
헤어짐의 아픔을 되새겨야만 했던
그 ‘쌍~년(영화 속 한가인의 애칭)’의,,,
'납득이 안 돼'도 너~~~무 안되었던
그 영화 속 첫 사랑의 설렘이
초겨울 노총각의 마음을 또 한 번 출렁이게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추억속 그녀의 그리움을 안주 삼아
조용히 소주 한 잔을 기울여야 겠네요...
추억 속 그녀의 얼굴과 향기와 첫 눈을 기억하면서...
첫 사랑 J.A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사랑의 고백 순간을 되내이면서 말이죠...

* 신청곡 :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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