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딸아이가 저녁 8시에 자기 키만한 학원 가방을 질질 끌며 집으로 들어오더니 현관 신을 벗자마자,
“ 엄마, 나 졸려. 자고 싶어. ”
하더군요.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이제 겨우 여덟 살인데, 내가 우리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싶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학원 보내던 걸 모두 다 끊고, 학교가 끝나고 난 나머지 시간은 너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빵을 만들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기다림의 미학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요. 요즘 사람들은 다들 급하죠? 뭐든지 남보다 빨리 빨리 한번에 목표한 결과에 올라 서려고 안달을 합니다. 물론 사회가 1등 아닌 2등은 알아주지도 않고 꼴등하고 똑같은 취급을 하니 어쩌면 당연한 노릇인 지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건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이게 보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게 보내느냐지요.
빵도 반죽을 해서 발효라는 시간을 거쳐 숙성되어가며 점점 부풀어올라 마지막에 오븐에서 적당한 불에 구워져 당당히 자기의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어느 단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모두다 있어야하고 기다려줘야하는 시간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딸아이만의 고유의 모양을 만들어 낼때까지 시간을 갖고 곁에서 묵묵히 박수를 쳐주는 엄마가 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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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자
김승연
2012.11.22
조회 6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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