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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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는다면...
안기종
2012.12.26
조회 75
사랑하는 동남고 2학년 아이들아...

너희들과 만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아직은 교사라곤 말하기 힘들 만큼 많은 것이 부족한 내가

교정에 처음 들어섰을때가 생각이 난다.

솔직히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어. 왜냐고? 학교 전경이 꼭 선생님이

군생활 했던 곳 같았거든.

붉은 벽돌로 지은 막사같은 학교하며,

당장이라도 총을 메고 보초를 서려고 올라가야할 것 같은 앞 산하며,

구호를 외치며 알통 구보를 해야할 것은 운동장하며...

하지만 역시 학교와 군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거더라

적대적이고 위압적인 군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나를 바라보는 너희들의 맑고 순박한 눈 망울과

멀리서부터 쌤! 하며 달려오는 너희들의 해맑은 웃음이

선생님은 얼마나 행복하고 좋았는지 모른단다.

부족한 사람이라 선생님은 한해동안 너희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

효도에 대한 수업을 할 때 선생님이 물었지, 진정한 효도란 뭐냐고?

그때 너희들이 했던 말을 선생님은 잊을 수가 없었단다.

"엄마, 아빠 힘들 때 이야기 들어주는거요."

선생님은 몰랐던, 그렇지만 어떤 누구보다 진지하고 합당한

너희들의 순수한 효에 대한 마음이 선생님의 심금을 울리더라.

그러던 와중에 선생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지.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다시 학교로 왔던 날

선생님을 바라보는 너희들의 눈,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너희들의 그 애잔한 눈을 보면서

선생님은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단다.

미안한 점은 받은 만큼 너희들에게 돌려주지 못했다는 거야.

특히 포천이라고 하는 서울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지내는

너희들 스스로를 변방이라고 생각하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볼때마다

선생님은 너무 마음이 아팠단다.

내가 보기에 너희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인데 말이야.

선생님이 존경하는 신영복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변방이야말로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다."

조금은 어렵게 들리지?

하고 싶은 말은 주눅들지말고 다른 곳과 비교하지말고 너희들이 지금

있는 그곳에서 가장 행복한 것을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이야.


이제 이번주를 끝으로 너희와 수업 시간에 만날 일은 없구나.

선생님은 매우 아쉽다. 그렇게 1년 동안 너희들과 많은 시간이

있을 때는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편지를 통해 이런 말을 하니 말이다.


한 해 동안 선생님 믿고 따라줘서 정말 고맙고

내년에 고3되면 자신감을 갖고 힘내서 모두 원하는 목표를

이루길 바란다.

이철수 선생님의 말로 편지를 마치려고 한다.

"길이 보이지 않는 거기서 길을 내..."

사랑한다.

신청곡 : Someday - John Leg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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