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면접 후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신입 교사 소개와 수업 시수를 정하기 위함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등하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그런데 너무 일찍 출발했다. 학교에 1시 50분까지 가는 거였는데 나는 12시 30분에 도착하고 말았다. 교무실에 뻘쭘하게 있기 뭐해서 학교 구석 구석을 탐방하기로 했다.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마다 분위기가 약간 달랐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각 층의 복도 벽면에 미술, 음악, 도덕, 과학, 수학 이 다섯 과목과 관련된 자료물들이 게시돼 있었다. 그 자료물들 중에는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들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었다. 역시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모두 배우는 곳인가 보다.
아직 개학 전이라서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3학년 교실은 개방되어 있어서 슬며시 들어가 보았는데, 깔끔하게 정리정돈된 교실 풍경 속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책걸상의 속삭임과 두근두근 거리는 나의 심장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바로 그 때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나는 유혹 되었다. 옆 건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여럿이 축구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유명 축구선수라도 된냥 힘껏 폼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옛날의 나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나도 절로 신이 났다. 신고 있는 딱딱한 구두를 당장 벗어 던져버리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학교를 배회하다가 기다리던 시각이 되어 회의실에 들어갔고,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왔다. 1, 2, 3학년 도덕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받았는데, 1시간 동안 무거운 책들을 들고 오면서 왜 하필 오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 건지 조금 후회가 됐다. 그래도 '나 도덕 선생이오!' 하며 자랑하고 다닌 기분은 좋았다. 실제로는 알아보는 이도 알아주는 이도 없겠지만 나 스스로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오늘의 내 모습을 돌아보니 내가 참 학교를 좋아하긴 하는가 보다. 다가오는 수요일에는 업무 배정을 받게 되는데 올해 나는 몇 학년 몇 반을 맡게 될 지, 함께 울고 웃을 아이들은 누구누구일지 무척 궁금하다.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고 오면 행복과 웃음으로 가득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 오늘 밤에는 하나님께 이 마음을 보여드려야 겠다.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나의 첫 교무일기
이철안
2013.02.22
조회 98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