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 MP3 음악 목록에 이 노래가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무방비 상태로 있던 내게 쥐도 새도 모르게 내 귓속으로 들어와 나를 세상에서 분리시켜 버리는 노래. 아주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노래. 보통 그런 노래는 마음속에 깊이 묻어둔 채 완전히 잊지 못하고 숨겨놓은 그 사람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잊은 채 살다가 지금처럼 우연찮게 들려온 노래에서 다시금 그를 불러들인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면 잊은 게 아니라 나도 볼 수 없는 저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있었구나 싶다. 아무리 깊은 곳에 묻어두어도 존재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구나 싶어 조금은 씁쓸하다.
한참을 무아지경에 빠져 그 노래를 듣다보면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하지만 여전히 떠올릴 수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무리 흐려진 얼굴이라도 내 얼굴을 담고 있던 그 검은 눈동자만은 여전히 선명하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떠오르는 그 얼굴이 또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내가 왜 이 노래를 MP3에 넣은 걸까 하며 혼자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사람과 함께였던 그 때부터 계속 있어왔던 게 아닐까 싶다. 흔적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채 남아있는데 존재의 흔적만 남긴 채 그 사람은 떠나버렸다. 그 사람이 내 곁에 잠시 머물렀다는 자그마한 흔적조차 없다면 그나마 덜 슬프지 않았을까? 오히려 더 슬펐을까? 답을 알 수는 없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그 사람의 흔적이 뽑아도, 뽑아도 자라나는 잡초처럼 묻고 또 묻어도 자꾸만 눈앞에 나타난다.
노래 한 곡에 아직까지 이렇게 감정이 흔들리는 걸 보니, 아직은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음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은 흘렀기에 눈물도, 슬픔도, 분노도 없이 약간의 그리움만 느끼는 듯하다. 신이 주신 선물인 ‘망각’이 조금씩, 조금씩 내 상처와 기억들을 지워가지만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
이렇게 조금만 시간이 흐른 뒤에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니 그 때는 내가 참 어렸었고 욕심만 부렸으며 어리석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웃음이 난다. 그렇게 해 보았기에 지금 이렇게 웃고 넘길 수 있는 거라며 슬쩍 웃음을 머금은 채.
윤희 누나도 한 곡 쯤은 이런 노래가 있으시죠??
문득 JS-종로에서 란 노래를 듣고 글을 썼네요.
신청곡으로 그 노래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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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
서효일
2013.04.22
조회 85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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