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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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립다
김정은
2013.05.03
조회 120


연욱아, 하연아....
너희들 나이가 이제 24,26
이젠 정말 어른이라는 이름이 꽤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 같구나
엄마는.....늦은 퇴근으로 항상 너희들의 잠든 머리맡에서, 보드랍고 보드라운 너희 뺨에 엄마의 거친 볼을 부비며 하루를 물어본단다.
아가! 오늘은 어땠니? 오늘도 마음 행복하게 보냈니?
그럼 너희들의 평온한 얼굴이 대답을 대신하지....


엄마가 매일 퇴근길에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좋은 제안을 하더구나
20년 뒤에 내 아이들에게 “꿈꾸다, 그립다, 즐겁다, 슬프다, 아름답다“를 어떻게 설명할지 적어서 사연 보내달라는 부탁에 엄마도 곰곰이 생각해본단다.

너희들에게 이 아름다운....삶을 이루는 단어들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고말야.

이 다섯 단어 중에 제일 먼저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그리움인 것 같아^^

아직 모를거야! 아니 어쩌면 너희들은 엄마의 짧은 설명 한마디에도 깊이 공감할만큼 마음이 다 자라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희들이 자라는게 아깝단다. 그만 자라도록 동아줄로 꼭 꼭 묶어 놓고 싶은 심정이란다.
한 살 더 먹어 형아가 되고, 언니가 된다며 좋아하는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서 엄마는 '그냥 계속 이렇게 엄마 품 속의 아기여라'하고 어리석은 소원을 빌어본단다.
그만큼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지 몰라.
그걸 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리움이란 건...말야....엄마는 “지나간 모든 것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단다.
아니 어쩌면 그림움이란 건 “내가 지내 온 삶의 순간들을...... 충분히 누린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
그리울 수 있다는 것!!
과거로부터....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게 무엇이 되었건 간에 그것을 내 안에 담아두기에 어려움 없고,
가끔은 꺼내 보고픈 추억이 된 것이 그리움일진데....
그건 정말이지 멋진 선물 아니니?

억지로 되는 것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흘러가도록 두지 말았으면 해.
삶의 순간들을 충분히 즐기며, 충분히 누리며, 충분히 감사하며 살아가렴.
지나간 모든 것이 그리움이 되도록 말야.
그건 결코 크고 웅장한 것일 필요는 없단다.

엄마가 너희와 함께 놀이터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모래놀이를 하다가 모래가 잔뜩 들어간 신발을 털며 저녁 노을을 보던 그 하늘을 그리워하듯

몇 살? 이라고 물으면 3살이라고 대답하는 네가 너무나 자랑스러워 어깨에 힘이 한 껏 들어갔던 팔불출 엄마의 얼굴을 수줍게 되새기듯,

처음... 네 몸집보다 더 커 보이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밝은 모습으로 뒤돌아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이렇게 눈물나게 되돌려 놓고 싶어 하듯.

그렇게 ...삶을 기억 해 주기 바래.

그러니 바삐 움직이다가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렴....
네가 방금 닫고 나온 우리집 대문을....
아침에 눈을 떠 바라보는 창문너머 들어오는 햇살로 밝아진... 너의 방을....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 네가 하고 있는 일상의 의미들을
사진처럼 네 가슴에 담으렴.
먼 훗날 너의 20대를 기억할 때, 분명 네게 수줍고 아름다운 그리움이 될 이 모든 것들을....


엄마가 더 많이 나이가 들고,
어쩌면 삶이 얼마남지 않은 그날이 와도
엄마가 가장 그리워하는 순간은 바로 이 순간들일거야
너희가 주었던 이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 말야
사랑한다, 나의 아가들아
그리운 나의 6살, 4살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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