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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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리움- 뿡뿡이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조안나
2013.05.02
조회 78
뿡뿡이에게.
뿡뿡아 안녕~

엄마야! 이번주 월요일엔 아빠와 너를 보러 병원에 갔었어.
이제 겨우 팔과 다리가 나와 있는 널 보고 우린 너무 감동했단다.
심장도 어찌나 잘 뛰던지... 건강히 뱃속에 있는 뿡뿡이에게 마냥
감사하고 고마울뿐이야.

뿡뿡아, 엄마는 이제 직장생활을 시작한 26살에 사회초년생이란다.
아빠와 오래전부터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직 아빠는 계약직 직원에 대학원생이고 사실 우리는 너를 갖고 너무 놀랐어.
그렇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너를 포기할 수 없어 급히 결혼을 진행하게 되었고 이제 곧 아빠와 엄마는 결혼을 한단다.

그런데, 결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거 같구나.
시댁하고의 갈등도 정말 많고 말이야..
엄마는 매일밤 울며 잠들었단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 너무 그리웠어.

뿡뿡이는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뭔지 아니?
그리움.. 그것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오는 아련한 감정이란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도 보고싶지.
뿡뿡이도 앞으로 자라나면서 그리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배워가겠지? 하지만 그 단어가 너에게 아픔으로 다가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엄마가 그리워 하는 그 사람은 바로 엄마의 엄마란다.
너에게는 외할머니가 되겠구나.

엄마가 대학교3학년 21살때 나의 엄마는 어느날 갑자기 엄마의 곁을 떠났단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토요일, 내침대에서 함께 잠시 자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엄마가... 친구들과 놀러간다며 설레여 하며 문을 나섰던 엄마가... 그렇게 영영 엄마곁을 떠났단다.

뉴스에서만 일어나는 그런 사고가, 남의일인 줄 만 알았던 그런일이
엄마한테 일어났어.. 엄마와 할아버지는 급히 차를 타고 그 곳에 갔단다. 그리고 할머니를 찾기위해 피가 마르는 며칠을 보내야 했어...
엄마는 울지 않았단다. 외국에 있던 오빠에게 전화를 했고, 장례식장을 잡았고, 납골당을 둘러보았어...

그리고 21살의 몇개월 동안 엄마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말도 잘 안하고
사람을 만나는것도 꺼려했단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할머니가 그 전날 맸던 가방안에 소지품부터 칫솔하나까지 모두 그대로 두었단다.
그리고 그 3년동안 엄마는 원망과 분노에도 쌓여 있었고 슬픔과 외로움에도 빠져있었지. 그리고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었단다.

엄마의 엄마 마음을 헤아려 보니 그것이 되더구나.
엄마는 떠나기 전에 어떤 마음이였을까... 왜 나를 두고 갔냐며 원망했던 마음에서 날 두고 가서 미안했을 엄마의 마음이 나를 바꾸어 주었어.

그후로, 마는 열심히 살았단다. 남은 학업도 마치고,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도 벌고 해외여행도 다녀오고...취업도 하고 그리고 이제 널 품고 결혼을 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루도 할머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단다. 시도 때도 없이 사무치는 그리움에 엄마를 옭아매었지.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졌지만 요즘이 되니 더욱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어느날인가 엄마가 할머니에게 물었지 "엄마도 나 애기 낳면 나 산후조리도 해주고 애기도 봐줄꺼지?" "그럼, 당연하지!" 그 목소리가 귀에 선하구나. 할머니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혼준비에 그리고 너로 인해 몸이 점점 지쳐오자 엄마는 다시 그리움에 목이 메여온다.

뿡뿡이에게 엄마가 있듯이 엄마도 엄마가 있었단다.
뿡뿡이에게 친할머니가 있듯이 외할머니도 계셨었단다.

이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해주고 언제나 엄마의 편이 되어주고
항상 유쾌하고 밝게 웃으시던 긍정바이러스의 작고 귀여운 한 사람이
바로 엄마의 엄마이고 너의 할머니였단다.

뿡뿡아, 이제 엄마는 다시는 엄마라는 이름을 부를 수 없고 볼 수 없겠지?
그저 추억하고 기억하고 그릴 뿐이겠지.. 이게 바로 그리움이란다.

우리 뿡뿡이에게는 엄마가 나의 엄마처럼 그런 존재가 되어줄께!

21살 여름,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노래가 있단다.
산울림의 회상과 김광석의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야.
함께 들어보자꾸나.
마지막으로 엄마의 엄마에게 한마디만 전해도 될까?

엄마..! 엄마..! 만번이고 불러보고 싶은 나의 엄마.. 사랑해. 정말 보고싶어...나 열심히 살께요, 엄마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께요.
지켜봐주세요. 도와줄꺼지?
엄마 사랑해요 사랑해요 21년간 저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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