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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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너를 꿈꾼다>
김선현
2013.05.06
조회 84
너를 꿈꾼다, 아가!

아직 부연 새벽, 네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살그머니 일어났다.
수다쟁이, 깍쟁이, 걱정쟁이 너.
“엄마가 나이 먹어서 할머니 되면 죽어?”
“내가 나이 먹으면 엄마도 나이 먹는 거야?
그럼 나, 나이 안 먹을 거야. 엄마도 나이 먹지 마.”
엄마가 할머니 되어 죽을까봐 걱정, 우리 가족이 떨어져 살까봐 걱정.
네 소원이 우리 가족 모두 한 살도 더 먹지 않고 지금처럼 영원히 같이 사는 거라니, 6살짜리 소원치곤 너무 눈물겹다고 생각하지 않니?
철없는 엄마는 네가 투정을 심하게 부릴 때면 “너 자꾸 엄마 속상하게 하면 엄마 할머니 된다!” 협박도 했지.
너는 그 말에도 금세 눈물이 글썽거리는데 말야. 미안하다, 아가.
내 소원도 너랑 똑같단다.

어느 순간엔 나도 영원히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 너를 껴안을 때, 너와 눈 맞추고 웃을 때,
잠자리에서 꼼지락거리는 너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아침에 어린이집 갈 때, 벚꽃 날리는 길을 너와 손잡고 걸어갈 때도 그래.
꿈속을 걷는 것처럼 아득한 느낌이 들지.
그럴 때면 내 마음이 사진을 찍는단다.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너, 찰칵! 꽃잎보다 환한 네 웃음도 찰칵!
길과 하늘과 아파트와 놀이터 위에 폭죽 터지듯 팡팡 쏟아지는 빛도 찰칵!
아가. 엄마가 얘기했지?
네가 아무리 많이 자라더라도 엄마한테는 늘 ‘아가’라고.
아가는 엄마가 마음속에 뿌린 씨앗이야.
아가와 엄마는 절대 헤어질 수 없단다,
그러니 울지 마라, 아가.

내 예쁜 아기.
우리가 주고받았던 말들과 너를 불렀던 수많은 애칭들을 기억하니?
세상의 곱고 예쁜 말들은 다 네 것이었단다.
지난번에 내가 “아가는 엄마의 무엇일까?” 물어보았을 때 네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며 대답했지. 눈동자라고. 그 말에 나도 네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어.
아무렴, 넌 내 눈동자지.
난 너를 통해 세상을 보고 너를 통해 숨을 쉬고 너를 통해 꿈을 꾼단다.
시간이 바다처럼 흘러 네가 어른이 되고 내가 할머니가 될 때라도
아무리 삶이 고달파지더라도, 넌 내 예쁜 아기라는 것을 잊지 말렴.
난 네 마음속에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보석을 숨겨놓았단다.
그 보석이 네게 다시 힘을 줄 것임을.
가슴 뛰게 환한 웃음을 언제든 네게 되돌려줄 것임을 잊지 말렴.
내 아름답고 소중한 아가.
영원히 나이먹지 않을 여섯 살의 너에게 꿈결같이 이 편지를 쓴다.

2013년 5월 첫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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