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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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즐겁다-즐거운 순간을 떠올리며~
김주연
2013.05.05
조회 94
아가야. 20년 후의 울 아가는 밝고 건강한 청년이 되어 당차게 네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
너도 그때쯤은 알게 될거야. 살다보면 문득문득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에 밤을 하얗게 새우고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할 날도 있다는 걸 말이야. 오늘 엄마가 그러했단다. 밤새 내내 뒤척이다 새벽녘 창가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뭉클 눈물이 나왔단다.
한번의 유산을 겪고 몸과 마음이 지쳐 직장을 쉬며 건강하게 너를 맞이하기로 결심했지만,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지는 내 모습이 보여 부끄러웠단다. 그런데 말이야. 신기하게도 말이야. 어둠이 걷어 젖혀지고 환한 빛으로 세상이 밝아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데, 엄마의 마음은 슬픔 대신 즐거움이 차오르고 감사가 고백되기 시작했어.
즐거웠던 순간들이 하나 둘 떠올려보았어. 힘든 고3 수험생활 중 소낙비가 내리던 어느날, 친구와 손잡고 빗속을 마구 뛰어다니며 답답하던 마음을 웃음으로 털어내던 순간. 초임교사로 교단에 선 내게 칠판 가득 '선생님~사랑해요' 써놓고 파티를 마련한 아이들의 생기가득한 눈빛들. 서른이 훌쩍 넘어 도전한 대학원 기숙사 생활에서 만난 룸메 동기샘들과 밤늦도록 치킨 한 마리 둘러앉아 나눠먹으며 웃던 추억들. '저 손 잡아도 괜찮을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잡던 그의 손의 따스한 기온과 그가 곱게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읽던 즐거움..등등...
아가야. 엄마의 삶에 정말로 많은 즐거운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있음을 새들의 노랫소리가 일깨워주었단다. 하나님의 위로처럼 말이야.
밤을 새워 맞이한 하루이건만, 오늘은 정말이지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단다. 오월의 푸르른 신록은 부드러운 미풍에 손을 흔들고, 주일 예배는 더욱 풍성한 은혜로 가득 채워졌단다. 아빠와 함께 오른 하늘공원 산책길에서는 붉은 노을로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어. 변함없이 따스한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즐거운 순간이었단다.
슬픔은 지나가고, 그 속에서도 기쁨이 샘솟을 수 있다는 것을 엄마는 오늘 깨닫게 되었단다. 네게도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엄마의 이 편지를 읽으며 네 삶 켜켜이 쌓은 즐거움을 떠올리며 슬픔을 몰아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엄마도 삶으로 격려하고 본이 될 수 있도록 다시금 웃으며 힘내마. 사랑하는 아가야. 어서 너를 만나 품고 안아보고 싶구나. 그 즐거운 순간을 꿈꾸며 이만 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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