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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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아름답다
최대웅
2013.05.04
조회 101
사랑하는 딸 지수에게.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난 뒤, 시작한 전자상가 사업도 신통치를 않아 우리 집 살림이 나날이 어려워져 너희들이 남들보다 힘들게 큰 거 알고 있단다. 아빠한테 원망이 누구보다 많았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아빠한테 다 이야기하는 둘째와 달리 첫째인 너는 유난히도 말수가 적고 감정표현에 인색해 아빠가 비유 맞추기가 참 어려웠단다. 사랑하는 딸이지만, 가끔은 눈치도 봐지고 그러더라.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니가 버스비를 아낀다며 동생과 함께 일곱 정거장을 걸어다닌 널 보며 아빠로서 참 가슴이 아팠단다. 기특하기도 했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쩜 마음씨가 저렇게 깊고 고운가 감동까지 받았지.
그 흔한 과외 한번 못시켜주었는데, 공부는 또 얼마나 잘 해줬고, 내게 어떤 불만도, 투정도 한 번 안부리고 사춘기를 무사히 아무 탈 없이 넘겨준 것 또한 너무나도 고맙구나.
일년 전 아빠가 전립선암 수술로 병원에서 혼자 석 달간 입원해 있을 때, 힘드니까 오지 말라고 해도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곧장 내 얼굴을 보러 올 때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던지 모른단다. 너에게 말은 못했지만, 니가 병실을 나가고 나서 옆자리 환자들한테 우리 딸이라고 우리 큰 딸래미 이쁘지 않냐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단다. 간병하느라 힘든 엄마를 도와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면목 없었단다.
앞으로는 니 말대로 아빠 절대 안 아플게. 약속하마. 니가 먹지 말라는 술이며 담배 줄이고 안먹도록 노력해보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학교 장학금 받으려고 밤낮으로 공부하느라 제대로 친구들하고 놀지도 못하고 매일 밤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혀 공부에 찌든 니 얼굴을 보니 꽃다운 나이에 너무 니 몸을 혹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돈은 있다가도 없는 법, 너무 장학금 받으려고 옆, 뒤 안보고 무조건 앞만 보며 질주하지 말고, 때론 이쁘게 꾸미기도 하고 연애도 좀 하면서 예쁜 학창시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구나.
너의 바램이 곧 나의 바램, 올해는 반드시 너의 바램대로 다 이루어질테니 너무 초조해하거나 자기를 자책하지 말고, 평소에 무모하게 긍정적이라고 니가 말하던 동생처럼 한번쯤은 한 발 물러나 크게 보는 법도 니가 배웠으면 좋겠구나.
든든한 우리 큰 딸, 묵묵히 아빠를 믿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준 니가 있어 아빠는 어디서 누가 뭐라고 해도 주눅안들고 힘이 불끈불끈 솟는단다. 늘 지금처럼만 엄마와 내 곁에 있어주면 그걸로 난 너무 너무 행복하단다.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오석준
나무와 아이- 양희은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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