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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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꿈꾸다
김승연
2013.05.04
조회 78
딸 미영이에게

엄마가 너에게 이렇게 정식으로 편지를 쓰는건 생각해보니 처음인것 같구나.
니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소식을 선생님께 전해 들었을 때, 엄마는 충격에 휩싸여 너를 불러 앉쳐놓고 내 분 풀이만 하고 혼만 냈던 것 같구나.
도대체 니가 남보다 뭐가 모자라 그런 곤경과 수모를 겪는지 오히려 니가 이상하다며 너를 닦달했었지. 엄마의 지혜롭지 못한 처신과 말로 니가 입었을 상처가 뒤늦게 마음이 아프구나.
그동안 말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고 괴로워하며 세상을 향해 원망의 불씨만을 키워나갔을 너를 이해하기보다, 오히려 너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큰 소리만 냈던 것 같구나.
이제껏 내가 너를 잘못 키워서 그러나? 무엇이 문제이지? 내가 뭘 잘못했나?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길래 우리가 이 알 수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하는지 속상해했단다.
그리고 너를 괴롭히는 친구를 너에게 말하지 않고 만났던 것도 나중에 보니 너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되었고, 오히려 친구들에게 비웃음만 샀다는 너의 말에 나는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단다.
내깐에는 다 너를 위한다고 한 일이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내가 좀 더 신중히 행동했을 걸 하는 후회가 되는구나.
어느날 니가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단다. 왕따,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뉴스에서만 나오는 다른 나라 얘기인 줄만 알고 살았으니까.
사랑하는 딸! 엄마를 용서해라. 너를 믿지 못하고 안아주지 못했던 옹졸했던 엄마를.
하지만, 나는 우리 딸 믿어.
그러니까 니가 학교 그만두고 검정고시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엄마는 이제 니가 하자는 데로 할께. 니가 학교 그만두고 대안학교 가고 싶다면 또 내가 그 길을 알아봐주마.
이 세상은 길어. 이제 겨우 열넷 꽃망울도 피어오르지 않은 너에게 중학교는 이제 겨우 막 한 발을 내딛었을 뿐이야.
그리고 친구는 다시 사귀면 돼. 너랑 안맞는 모질고 질 안좋은 아이들과 자꾸 부딪쳐서니 영혼이 지치고 힘들다면, 니 원대로 그만두고, 좋은 친구, 좋은 환경에서 다시 멋지게 시작하면 돼.
너는 아직 어리고 세상엔 너를 사랑하며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 아주 많거든. 살고 싶지 않다는 비관적인 말은 그러니까, 이제 아빠, 엄마 앞에서 절대로 하지 말기다. 앞으로 니 앞에는 가슴 뛰게 기쁘고 즐겁고 찬란한 일만 가득할거니까.
아빠, 엄마는 니가 뭘 하든 니 편이고, 이렇게 니 옆에서 너를 열렬히 뜨겁게 응원할테니까.
딸이 좋아하는 어반 자카파의 커피를 마시고, 자우림의 하하하송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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