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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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슬프다
서효일
2013.05.08
조회 71
아들아. 너와 나 그리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슬픔을 맞이하며 살아갈까? 내가 너를 위해 펜을 든 것은 앞으로 너에게 닥쳐올 수많은 슬픔을 조금은 지혜롭게 받아 들였으면 하는 이유 때문이란다.
앞으로 너는 견딜 수 있는 슬픔. 견디기 힘든 슬픔, 견딜 수 없는 슬픔 등 여러 정도의 슬픔을 경험할 것이다. 정도에 따라 슬픔을 받아들일 때의 네 모습이 다를 수 있고 또 여러 사람의 개인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슬픔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슬픔은 누구에게나 힘든 감정적 고통이고 그 슬픔으로 인해 사람의 모습이 달라 질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랑하는 나의 아들은 나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슬픔을 잘 활용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지독한 슬픔에 빠져보면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있다. 지독한 슬픔이란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그저 절대적인 존재가 이 모든 상황을 되돌려 줬으면 하는 헛된 희망만이 남겨진 상황에서 느끼는 것이다. 그럴 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흐르고, 그냥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냥 여기서 멈춰버리고 싶은, 그래서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그런 절망과 슬픔. 그런 슬픔이 모든 이에게 몇 번 씩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들아, 그럼 이 슬픔이 닥쳐올 때에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도 없고 어느 순간 갑작스레 내게 닥쳐오는 견딜 수 없는 큰 슬픔을 우린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사실은 나도 랍비나 현자처럼 현명하게 대답을 해줄 순 없구나. 하지만 난 너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슬픔마저도 받아들이고 그 슬픔 속에서 무엇이라도 하나 얻어 보라고. 시간은 흐르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 마음속의 감정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너무나도 아픈 슬픔이 내 마음 속을 지배하면 그것을 몰아내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여 보아라. 슬픔이 내 마음속에 있을 때면 눈물과 아픔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분명 네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으리라. 그리고 그렇게나 슬프고 너를 힘들게 했던 일들 중에서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시련이 아닌 기회였음을, 비운이 아닌 행운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슬픔도 있다. 연인과의 이별로 너무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지금의 더 나은 인연을 만나기 위한 기회였고, 한순간의 실수로 인한 고통이 그 다음의 더 큰 유혹과 시험 속에서 의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당장의 힘든 마음에 너무 지치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받아들여 보자.
아들아, 누구나 자신의 가족이 큰 슬픔과 고통 없이 무난히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네가 여러 종류의 슬픔을 겪어 보았으면 좋겠다. 내 스스로 내가 한층 발전된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는 내가 그 슬픔을 견뎌내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웠을 때며, 내 삶이 풍성해졌다고 느꼈을 때는 내가 무언가를 상실함으로써 생긴 슬픔을 흘려보냈을 때다. 그러니 아들아, 견딜 수 없는 감정들이 너를 지배할 때면 오히려 네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가 왔다 여겨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묵묵히 잘 받아들였으면 한다. 사랑한다.

싸이 아버지 신청곡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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