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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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름다움> 목련에게, 너에게 사과한다
최현배
2013.05.09
조회 89
목련에게, 너에게 사과한다

아들아, 목련이 금세 뚝뚝 다 떨어졌구나.
떨어진 목련잎을 밟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후회했단다.
며칠 전 야단쳐서 미안하다.
시험결과만 놓고 야단쳐서 미안하구나.
목련한텐 지저분하다고 야단치고
네겐 열심히 했으면 왜 이 모양이냐고 야단쳤다.
아빠가 드러난 모습만 보았구나, 미안하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종종
성공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착각하는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름다움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어느 곳이든지 그 곳으로 가는 길일 뿐이지.
도자기가 아니라 그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의 손 같은 것 말이다.
엄마가 화초를 가꾸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화초가 아름답게 자라서가 아니라, 그 정성이 아름다워서 아니겠니?
화초들이 잘 자라는 것도, 너희가 잘 자라는 것도아마도 그 정성 덕분일 테지.
그런데 내 욕심이 눈을 가려서 너한테 자꾸
제대로 모양을 만들라고 재촉하는구나.
너는 지금 열심히 네 모양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걸 나도 안단다.

그래, 아름다움은 최선이지.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아름다움이다.
하루하루 이 작은 아름다움들이 쌓여 마침내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지.
아들아, 네가 열심을 다하고 정성을 다했다면
어떤 모양이 나오더라도 그건 가장 아름다운 것이야.
누구 흉내도 내지 않은 가장 너다운 것, 그게 아름다운 것이지.
나도 이제, 눈으로 보기 좋은 것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마.

아들아, 오늘 하루는 어땠니? 또 어제는 어땠니?
아빠는 요즘 계속 우울하다가 네게 이 편지를 쓰면서 다시 기운을 낸다.
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요즘 마음이 힘들었거든.
하지만 생각해보니,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고
또 내 옆에는 너희들과 엄마도 있다.
매일매일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너희들과 엄마가 있는데도
아빠 마음속 생각들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종종 보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아들아.
앞으론 아빠도 눈앞에 있는 작은 아름다움을 쳐다보도록 노력할게.

네게 이런 편지를 쓰는 게 처음이로구나.
앞으로는 우연을 빌어서라도 가끔씩 써보마.
힘내라, 아들! 아빠도 더 힘을 낼게.
그리고 이건 쑥스러워 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사실 나는 너만큼 아름다운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알고 있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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