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부드러운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라앉는 먼지보다도 빠르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따스하고 촉촉한 날씨와 부드럽게 떨어지는 비. 이런 날이면 머릿속이 휑해지며 외로움만이 가득히 내 안을 채운다. 누군가를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이 기분을 털어내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 빗속을 운치있게 걸어 보고도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날 우울하게 만든다.
매일 걷던 길, 매일 들리던 슈퍼마켓, 매일 보던 사거리의 풍경들이 오늘같은 날이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 느낌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없다. 빗속을 함께 걷자고 말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다들 바쁜 와중에 그럴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은 생각에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기만 할 뿐이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좋아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오래도록 빗소리를 듣곤 했던 사람이 있다. 비오는 거리를 거닐기 좋아했고 비내리는 날을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이 똑같아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던 시간들이 참 소중한 것 같다. 생각보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은 드물고 그럴 기회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예전의 기억들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비는 조용히 계속 내리고 있고, 기분도 그와 함께 가라앉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이 기분은 이대로 또 소중한 만큼 비와 어울리는 노래와 함께 내 안을 휘감고 지나가도록 놔둘 수 밖에.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에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봄 비 내리는 날
서효일
2013.05.14
조회 80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