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생 때 연극반을 했어요. 그런데 그 해 유난히 가을동화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어서 저희가 드라마를 각색해서 연극으로 만들어보자고 회원들 간에 얘기를 했지요. 보통 축제 땐 전통적 형식의 연극을 하는데, 그 해엔 파격적으로 드라마를 무대에 올리는 기염을 토해 냈지요. 다 저의 열성적 주장 덕분에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드라마를 각색하는 작가가 필요했는데 문예창작과에 다니는 제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 다음엔 주인공 역할을 할 주인공 배우를 뽑는 데 있었지요. 연극반 회원들 모두 한 곳에 모아 놓고 열심히 오디션을 봤지요. 결국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그나마 외모가 되고 연기가 되는 제가 ‘송혜교 씨(은서)’의 역할을 맡게 됐어요
그나저나 남자 주인공 원빈 역을 맡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대학 1학년으로 막 들어온 신입생이 맡게 됐지요. 그 아이는 1학기 때 들어온 것도 아니고 2학기 때 들어왔는데 아주 재능이 넘치는 아이였지요. 그 아이와 저는 3살 차이가 났어요. 당시 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애라는 걸 해보진 못했지만 멋지고 잘생긴 그 녀석과 함께 무대에서 호흡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긴 했지요 저희는 거의 3주 가량 집에도 가지 않고 연습했어요. 그렇게 결국 무대 위에서 <가을동화>는 연극될 수 있었고, 저희들은 관객의 좋은 평을 들으면서 그 해의 축제 페스티벌을 무난히 마칠 수 있게 됐답니다.
그런데 더욱 빅뉴스가 하나 더 생겼어요. 거의 23년간이나 모태솔로로 살아오던 저에게 한 줄기의 빛이 스며든 겁니다. 그 사실은 말이지요. 바로 바로 주인공을 했던 그 신입생 녀석이 제게 프러포즈를 한거에요. 처음 연극반에 들어왔을 때부터 제가 마음에 들었다나요 호호. 그래서 제가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을 때 자신은 열심히 연습을 해서 기필코 남자 주인공을 따겠다는 일념이 있었더라는 겁니다. 저는 녀석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23년 만에 나타난 나의 왕자님을 거부할 수는 없었지요.
연극반에 우리들의 열애가 소문이 나면, 제가 도둑 같은 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녀석은 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일단 1년 동안 비밀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녀석의 말과 배려에 큰 감동을 받았지요. 그렇게 해서 저희는 그해 가을부터 비밀연애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저희는 연극반답게 연극을 보러 자주 다녔고, 또 둘 다 산을 좋아해서 여기 저기 등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녀석이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녀석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과연 기다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이 됐지만 역시나 저는 녀석을 기다리고야 말았답니다. 녀석은 여린 몸으로 해병대를 자원해서 갔고, 제대를 할때쯤엔 정말로 멋진 대한민국의 사나이로 변모되어 있었어요. 저는 녀석이 군대에 간 사이에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고 녀석은 훨씬 더 성숙한 모습으로 공부를 하면서 대학을 다녔지요. 학생과 직장 여성의 신분으로 데이트는 계속 지속되었지만 그 친구 제대 후 1년을 채우고 우리는 헤어졌네요. 생각하면 자꾸 속 상하네요. 노래는 베이시스의 내가 날 버린 이유. 토이의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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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 그 노래] 동화가 아닌 러브 스토리
전혜영
2013.09.08
조회 119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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