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 게시판 성격 및 운영과 무관한 내용, 비방성 욕설이 포함된 경우 및
  기명 사연을 도용한 경우 ,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게시판 하단,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입력란]
   이름, 연락처, 주소 게재해주세요.
* 사연과 신청곡 게시판은 많은 청취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사적인 대화창 형식의 게시글을 지양합니다

[그 가을 그 노래] 고백하지 못했던.....
홍용혁
2013.09.07
조회 162
저는 중학교 2-2학기 때 피아노가 무척 배우고 싶더라구요. 당시 야니와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이 유행이었거든요. 그래서 16시경 학교 마치면 곧바로 집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으로 갔지요. 그런데 그 학원에는 죄다 초등생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너무 시끄럽긴 했지만 저는 학원을 열심히 다녔더니 참으로 실력이 좋아졌답니다. 나중에는 좀 미천한 곡이긴 하지만, 작곡도 할 수 있는 실력이 되기도 했어요. 저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고 그만 피아노 학원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 그 옆에 있던 여고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피아노 학원으로 들어오는 거에요. 그 여학생은 늦게나마 예대로 진학하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우러 왔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게 됐고 그녀 때문에 나도 한번 예대로 진학해 볼까라고 고민도 했지요. 하지만 당시의 저의 학교 성적이 워낙 우수했던 결과로 부모님과 선생님의 반대가 완강하여 결국 예대는 포기하고 인문계열 대학으로 가고 말았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
저는 그녀가 학원으로 오기 전에 미리 와서 피아노 연습을 했으며 또 그녀가 서투르게 피아노를 치면 학원 선생님보다 먼저 가서 그녀에게 피아노 치는 법을 알려줬어요. 명색이 피아노 학원을 1년 반을 다녔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요. 당시 그녀는 저와 같았던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게다가 그 새하얗고 길쭉한 손가락은 저의 심장을 벌렁벌렁거리게 만들었지요. 그녀의 손가락이 제 손가락을 스칠 때면 저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됐어요. 사춘기 때 이성을 바라볼 때의 그 짜릿함은 정말로 이루 말 할수 없지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전후하여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두었고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가끔 집으로 가는 아파트 단지 쪽 놀이터에서 그녀가 혼자 놀이터에 앉아 그네를 타는 걸 봤어요. 저는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한번은 집에 있는데 초인종이 울리더라구요. 문을 열어보니 그녀였어요. 피아노 학원에 가서 우리 집 주소를 알아냈다고 했다네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엄마 권유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고 말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게 작은 선물 상자 하나를 건네주더군요.
"너에게 피아노를 배웠던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고 소중한 시간이었어. 내가 공부 마치고 돌아오면 꼭 다시 만나자. 그리고 이거는 나 생각하면서 꼭 간직하고 있어야 돼 알았지?"
그녀가 제게 건네준 것은 핸드폰 고리 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고리를 핸드폰에 붙이고 다녀요. 그녀가 떠났던 그 가을 쓸쓸함이 되어 저는 또 다른 가을을 맞게 됐네요. 그녀가 유학을 떠난 후 그녀의 부모님 집은 이사를 가게 됐고 저는 영영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었어요. 좋아한다고 좋아했다고 고백해 볼 것을 지금은 후회가 되네요.


노래: 공일오비 ‘떠나간 후에’
노래: 박혜경 ‘고백’
노래: 신해철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노래: 서지원 ‘또 다른 시작’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