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에 다닐 때였어요.
여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자금을 모은 다음에,
지금이 아니면 평생 배낭여행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학기 하자마자 곧바로 휴학 신청을 내고 생애 최초 터키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됐지요.
비행기에 올라타서 이런 저런 음악을 듣다가
배가 고파서 가방을 열어 보니 찹쌀떡이 있더라구요.
엄마가 제 가방에 몰래 찹쌀떡을 넣어 두셨나 봐요.
저는 초짜 여행자라서..
비행기에서 이런 걸 먹어도 될까라는 생각에
스튜어디스 몰래 고개를 숙이고 찹쌀떡을 먹기 시작했지요.
혹시 떡을 먹다가 걸리면...비행기에서 곧바로 스카이다이빙을 해야하는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 때문에 말이지요 *^^*
(2)
다행이 스튜어디스는 저를 제지하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물도 없이 몰래 찹쌀떡을 먹다 보니
약간 체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는 물도 마셔보고 탄산음료도 먹어봤지만
도대체 가슴의 체증은 내려가지 않았어요.
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리더니 구역질이 났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기절을 한 거 같아요.
(3)
한참 후에 일어나 보니 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고 있더라구요.
제 곁에는 한 늙수그레한 남자분이 저의 몸 이곳 저곳을 만지면서 진맥을 하고 계셨나봐요.
그 분은 비행기 승객 중에서 유일한 의사였고
급히 그 분은 저의 몸 상태를 점검하신 것이었지요.
(당시 그 분은 의사는 아니었고 레지던트 였어요)
저는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했고
그 분으로부터 명함을 한장 건네 받았습니다.
저는 여행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 분을 만나서 감사의 인사를 했지요.
그런데 그 분이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대요.
“다음에 터키 갈 있으면 저랑 같이 가요 저도 터키 좋아하거든요 하하하”
저는 그 남자가 왜 이런 말을 나에게 했을까 의아해 하고 있는데..
1주일 후에 전화가 걸려 오더군요.
“지금 어디 어디 식당에 있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어요 지금 급히 좀 와 줄 수 있나요 돈은 꼭 갚을게요”
뭐 이런 식으로요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그 곳에 달려갔는데
그곳에서 저는 영문도 모른 채 프러포즈를 받았습니다.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 맘에 들었는데, 고백하지 못하고 마음만 끙끙 앓고 있었어요 제가 당신을 무척 좋아하는데 제 여자친구가 되어 주시면 안 되겠냐”고 하셨어요.
저는 눈물겨워서 금세 오케이를 했고 우리는 미친 듯이 열렬히 사랑했지요 하지만 만 12개월을 사귀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도 가을이었고 헤어진 날도 가을이었어요.
그래서 저의 가을은 더욱 쓸쓸한 여운이 있답니다.
그래도 그 분이 가끔 휴대전화기를 들고 제게 불러주시던 그 노래가 문득 문득 떠올라요.
전람회 - “하늘 높이”
이 노래 그 분이 참 좋아했던 노래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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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을 그노래) 전람회의 "하늘높이"
김영현
2013.09.06
조회 197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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