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에

음악FM 매일 22: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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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이철안
2013.09.09
조회 101

저녁 밥을 먹고 산책을 하다가 어릴 때 놀던 놀이터에 들렀습니다. 그네만 신식으로 바뀌어 있고(그네틀은 그대로입니다) 시소, 미끄럼틀, 철봉, 그리고 뱅뱅이라 불렀던 놀이기구는 그대로입니다.

어릴 땐 아주 높아보였던 미끄럼틀이었지만, 이제는 제 키보다 약간 더 크고 시소에 앉으면 엉덩이가 삐져나와서 민망하고 그네에 앉으면 엉덩이에 꼭 끼어서 불편합니다. 놀이기구는 그대로인데 저만 커버렸습니다.

오후 8시라서 아이들이 집에 있을 시간이지만 언제인가부터 한낮에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디에서 노는 건지... 짐작은 가지만 믿고 싶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봤던 한 학습지 TV 광고가 생각납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남자 아이가 "놀이터야. 안녕!"하며 슬픈 목소리로 말을 하는 장면이...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았던 것 같은데, 요즘 어린이들은 옛날 어린이들보다 더 빨리 놀이터를 졸업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이 철이 더 빨리 들어서인 걸까요? 그렇다기 보다는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고 학력에 대한 압박감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린이는 세상에 대한 근심과 걱정 없이 명랑하게 지내는 게 마땅하다고 봅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밝고 활기차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한동안 잊고 있던 저의 순수한 마음이 자극됐는데, 오늘의 주인 잃은 놀이터는 '어른이'가 되어 버린 저를 쓸쓸하게만 합니다.


윤도현의 '종이연'을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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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였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며 하루를 마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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